빛 못본 태양광업체 "매출 반토막… 베트남으로 옮길 것"

입력 2020.04.07 03:04

[탈원전의 역설… 무너지는 국내 태양광 생태계]
세계최고 원전 고사시킨 文정부, 태양광은 中업체에 내줘
업체들 "싼 가격 치고 들어오는 중국산과는 게임이 안돼"

지난 1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JSPV. 2016년 신축한 6600㎡(약 2000평) 규모 공장 출입구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 같은 에어샤워룸이 설치돼 있었고, 최첨단 패널 제조 라인 6개가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공장 내부는 썰렁했다. 생산 라인 6개 중 4개는 멈췄고, 40명이 일해야 할 곳에 15명만 있었다.

지난 1일 충남 아산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JSPV 공장 2층이 텅 비어 있다.
썰렁한 패널 공장… 생산라인 6개 중 4개 스톱 - 지난 1일 충남 아산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JSPV 공장 2층이 텅 비어 있다. 2016년 공장 신축 당시엔 2층에도 생산라인을 들여놓을 계획이었지만, 값싼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휩쓸면서 매출액이 감소하자 현재는 창고로 쓰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 업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순방에 수행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였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를 적극 밀어붙이고 있는 현 정부 들어 역설적으로 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5년 230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지난해 100억원으로 줄었고, 고용 인원은 160명에서 50명으로 줄어들었다. 업체 관계자는 "국내 공장 두 곳을 모두 정리하고 베트남으로 이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으로 생긴 전력 공백을 신재생에너지로 메꾸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국내 태양광 산업은 뿌리부터 무너지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기초 소재에서 완제품 순으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전지(셀)→모듈로 이어진다. 이 중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경우 세계 2위였던 OCI와, 한화솔루션이 올 들어 생산을 중단하면서 국내 제조 기반이 공동화(空洞化)됐다.

무너지는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
폴리실리콘을 가공해 만드는 웨이퍼 역시 마지막 남은 국내 제조업체였던 웅진에너지가 법정 관리를 받으며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의 4단계 가치 사슬 중 기초를 이루는 1,2단이 다 무너진 것. 그 과실은 중국 업체들이 고스란히 따 가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태양광 패널(모듈) 수입액은 2017년 2억4150만달러에서 지난해 3억6750만달러로 52%나 늘었다. 국내 산업은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 2월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산업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태양광 업체는 102개로 전년보다 16개가 줄었고, 고용 인원은 2016년 8360명에서 2018년엔 7732명으로 감소했다.

탈원전은 역설적으로 태양광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웅진에너지 관계자는 "웨이퍼는 제조원가의 40% 정도가 전기료인데, 중국 업체들은 자체 석탄 발전소를 보유한 업체까지 있어 전기료가 우리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싼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산과 국산 제품은 게임이 안 된다"고 했다. 탈원전이 한전 적자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한전이 전기료를 깎아줄 여력이 없다 보니 국내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전기료 감면 등 지원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탈원전으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두산중공업 등 국내 원전 업계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생에너지 산업 지원에도 탈원전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에너지산업의 현재(원전)와 미래(태양광)가 모두 암울한 상태다.

정부는 태양광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 자체를 애써 부인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폴리실리콘과 웨이퍼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로, 한화와 OCI가 국내 생산을 중단한 건 구조 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완제품인 패널의 경우는 국산 패널의 점유율이 78%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이 설명엔 함정이 있다. 패널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전지의 경우는, 솔라시도 태양광단지의 경우처럼 이미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널 제조업체들조차 값싼 중국산 전지와 자체 생산한 전지를 섞어서 패널을 만드는 곳이 꽤 있다"며 "해외 수출하는 국산 태양광 패널 중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붙일 만한 제품은 많지 않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지의 시장점유율 통계에 대해선 "업계 영업 기밀이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장악력이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 세계 태양광 업체 톱 10 중 한화큐셀(3위)을 제외한 9곳이 중국 기업이다. 강정화 세계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광활한 내수 시장, 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원, 값싼 전기료 등을 따져 보면 우리 태양광 기업들이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건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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