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전과자가 '윤석열 의혹' 띄우면, 친여 매체들이 뭇매

입력 2020.04.04 03:00

MBC, 검·언 유착 보도 이후 KBS·TBS에 기자·제보자 출연… 연일 의혹 보도·인터뷰 쏟아내
제보자, 골수 친조국으로 드러나며 친정권 방송들 순수성에 의문도

채널A 법조팀 기자와 현직 검사장이 유착해 바이오 기업 신라젠과 관련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려 했다는 MBC 보도 이후, 친(親)정권 성향 방송들이 친여(親與) 인사와 보도 관련자를 집중적으로 출연시켜 '윤석열 검찰'과 언론의 유착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MBC 첫 보도의 제보자가 극렬 친문(親文)·친조국 성향을 보이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강한 적대감을 표출해온 사기·횡령 전과자로 드러나면서 거꾸로 MBC 및 친정권 방송사들의 보도 순수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채널A 기자의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행태를 포착한 MBC 및 친정권 방송들이 극렬 친조국 인사와 협력해 '윤석열 때리기'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MBC 첫 보도 이후 KBS·MBC·TBS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도 관련자를 집중적으로 출연시켜 '검·언(檢言) 유착' 의혹 보도와 인터뷰를 쏟아내고 있다. KBS는 지난 2일 오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최강시사'에서 이번 의혹을 MBC에 제보한 지모(55)씨 인터뷰를 진행했다. 2일 밤에는 TV 시사 프로그램 '더라이브'에서 또 지씨를 출연시켜 모습을 가린 '장막(帳幕) 인터뷰'를 진행했다. MBC는 첫 보도 이후 연일 뉴스에서 검·언 유착 의혹을 보도할 뿐 아니라 3일엔 라디오에서 유시민 이사장 인터뷰를 내보냈다. TBS도 이날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이번 사건을 보도한 MBC 기자를 불러내 인터뷰했다.

방송사는 다르지만 인터뷰의 주요 내용과 방향은 비슷했다. '윤석열 검찰'이 보수 언론과 결탁해 유 이사장 등 여권 인사를 표적 수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제보자 지씨는 인터뷰에서 "채널A 기자가 '검찰도 유시민을 치고 싶어 한다'고 했다"고 말했고, 유시민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채널A와 윤석열 검찰이) 짜고 (나에 대한 비위를 캐려) 한 것으로 본다. 다 윤석열 사단에서 한 일"이라고 했다. 첫 보도를 했던 MBC 기자는 "답을 딱 정해 놨었다. 유시민 등 친여권 인사"라며 "(검찰과 채널A가) 서로 의도를 짐작하면서 이용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도와 인터뷰의 근거는 모두 MBC 첫 보도의 제보자 지씨의 주장에 의존하고 있다. "채널A 기자가 들려준 통화 녹음 속 목소리가 윤 총장의 최측근 검사장 목소리"였고, 그 녹음 내용에 검찰의 표적 수사 정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씨는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는 수시로 적대감을 표시해온 인물이었다. 페이스북에서 가명 '이○○'으로 활동하는 골수 친문·친조국 인사였다. 지난달 22일엔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수처 수사 대상 1호' '조국은 무죄'라고 주장해 온 최강욱·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이라고 썼다. 지난달 28일 "윤석열 개검 사단은 민주·진보 진영이 우세한 이번 총선 판세를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을까? 무슨 짓이라도 하려고 들지 않을까"라고 했다. '조국 수사'가 한창이던 작년 9월에는 윤 총장 얼굴에 콧수염을 그려 넣은 사진과 히틀러 사진을 함께 올렸고, 페이스북에 수시로 '석열아' '개검총장'이라는 글을 적었다. 지난 2월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윤 총장 아내의 주가 조작 의혹' 보도 제보자도 지씨라는 말이 있었으나, 뉴스타파는 "제보자는 지씨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석열 총장에게 이처럼 적개심을 표시한 인물이 '윤 총장 측근 검사장'이라고 지목한 제보를 토대로 보도하려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이 대목부터 사실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채널A 측은 "해당 녹음 속의 인물은 MBC가 보도한 그 검사장이 아니다"라고 이미 대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검사장도 "채널A 기자와 그런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첫 보도를 한 MBC 기자조차 "검찰 유착은 100% 확실하게 딱 떨어지게 저희가 제시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결국 채널A 기자의 취재 윤리 위반 행태는 사실이지만 검·언 유착은 뚜렷한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친정권 방송 매체들이 검·언 유착 의혹을 계속 보도하는 것은 의도적인 '윤석열 흔들기'라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특히 김어준씨는 1개월 전에 같은 제보를 받았으나, "화면이 있는 방송과 하라. 그것이 훨씬 파급이 있다"며 TV 방송사로 넘긴 사실을 공개했다. 사실상 친정권 방송들이 협업한 셈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윤석열을 잡아라' 사기꾼(지씨)과 MBC의 콜라보"라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