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제조 라인서 인공호흡기 만든다

입력 2020.04.03 03:21

['최후의 치료제' 인공호흡기 확보戰]

이스라엘, 방산업체 동원해 제작
미국은 GE·포드 공장에서 100일 안에 5만개 제작하기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에 가까워지면서 주요국이 인공호흡기 제작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인공호흡기 구비 여부가 중환자의 생사(生死)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조차 인공호흡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공호흡기는 심폐 기능이 저하된 중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해주고 폐의 노폐물을 체외로 꺼내는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구로 첨단 의료기술의 결정체로 여겨진다. 코로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최후의 치료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달 말 국영 방산업체 IAI의 미사일 제조 라인을 인공호흡기 제조 라인으로 바꿨다. 나라 전체에 인공호흡기가 2000개밖에 없어 단기간 생산을 늘리기 위해 방산업체를 동원한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 인공호흡기가 각 5000개에 불과했지만 수개월 안에 각 3만개 이상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 나라는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급히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지시로 프랑스 내 유일한 인공호흡기 제조업체인 에어리퀴드를 중심으로 자동차 회사 PSA(푸조시트로앵그룹), 전기장치 제조업체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7개사가 한 팀을 꾸렸다. 영국도 방산업체 BAE, 항공기 엔진 제작사 롤스로이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1만개를 생산하기로 했다. 별도로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이 1만개를 만든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2만5000개의 인공호흡기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도 폴크스바겐·BMW 등 자동차 회사가 보유한 3D 프린터를 인공호흡기 제조 과정에 투입해 생산 속도를 높이도록 했다.

16만여 개의 인공호흡기를 갖고 있는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촉으로 포드와 GE가 향후 100일 동안 인공호흡기 5만개를 만들기로 했다. 500명을 3교대로 투입해 24시간 제작할 계획이다. 다국적 리서치 업체 '글로벌데이터'는 현재 속도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번지면 전 세계에서 88만대의 인공호흡기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단시간에 수요가 늘어나면서 2만유로(약 2700만원)에서 5만유로(약 6700만원) 정도인 인공호흡기 대당 가격이 2~3배 치솟고 있다. 큰돈을 거머쥘 시장으로 여기면서 대학 연구소나 스타트업들이 인공호흡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인공호흡기 제조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대부분의 제조회사가 10여 국에서 부품을 조달해야 하고, 제작 후 작동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작업에만 몇 주가 소요된다. 의료진이 작동법을 교육받고 숙달하는 것도 하루 이틀에 해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BBC는 "한꺼번에 많은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시기를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선진국들이 전쟁을 치르듯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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