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10~20% 인상 접근… 트럼프에 달렸다

조선일보
입력 2020.04.02 04:05

[韓美 잠정합의안 놓고 최종협상]
유효 기간 1년에서 5년으로 바꿔
50억달러 수준 요구해온 트럼프, 합의한 방안 받아들일지 불투명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4000명 최종 타결 미뤄지면서 무급휴직

한·미 양측이 올해부터 적용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잠정적 합의안을 놓고 최종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방위비분담금협정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때 정부 내에서 "발표가 임박했다"는 말도 나왔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중) 한·미 간 (분담금 타결에 대한)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분담금 액수를 둘러싸고 쟁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잠정적으로 합의한 방안은 협정의 유효기간을 기존 1년에서 5년으로 바꾸고, 우리 측 분담금을 1조389억원에서 10~20% 올리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작년 9월 협상이 시작될 때 미국 측이 제시한 약 50억달러(6조원대)보다는 훨씬 줄어든 액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런 방안을 재가할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기존 분담금의 500~600% 수준인) 50억달러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가 10~20% 인상안에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측은 분담금 외에 미국산 무기 구매 등 추가적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양측은 지난 17~1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협상대표 간 실무협상과 이후 후속협상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해 왔다.

방위비 협상 최종 타결이 미뤄지면서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절반가량인 4000여 명은 이날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이에 대해 "가슴 아픈 날"이라며 "무급휴직 조치를 해소하기 위해 양국 정부에 방위비분담금협정 타결의 필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조속한 시일 내에 특별법을 제정해 우리 정부 예산으로 근로자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긴급 생활자금 대출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외교부 주변에서는 "곧 최종 타결을 발표할 것"이란 낙관론과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는 유보론이 동시에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꼽혔다. 지난 2월 초에도 한·미 양측은 약 10억달러(1조2000억원) 선으로 의견 접근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감염증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이 연간 10~20% 인상된 금액을 분담하는 잠정 합의안이 타결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보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상반기부터 "우리가 한국에 쓰는 비용은 50억달러"라고 주장하며 6조원대의 분담을 요구했다.

이번에 협정 유효기간을 1년이 아니라 5년으로 늘리는 쪽으로 의견 접근한 것은 SMA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로 평가된다. 기존 SMA 틀에 없는 '한반도 역외 방어 비용'도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그동안 본토에 있는 미군이 한국 순환배치를 위해 장비 등을 이동하는 비용을 한국이 분담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잠정 합의안을 재가하면, 협정 문안 작업을 거쳐 10여일 후 가서명이 가능하다. 정부는 최종 타결이 이뤄지는 대로 국회 비준을 서둘러 5월 29일까지인 20대 국회 임기 내에 SMA 협정 비준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합의안을 거부하거나 재검토를 요구하면 협상은 내달 이후로 다시 미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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