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억… 서울 집값 떨어지는데 전셋값은 뛰는 기현상

조선일보
입력 2020.04.01 03:00

부동산 가치 하락 불안감에 집 사려던 사람도 전세로 돌아서
집주인 실거주 요건 강화돼 전세 매물도 더 줄어들어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4066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 '고덕아르테온'.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 전세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5억원 전후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호가(呼價)가 5억원 중반~6억원대로 올랐다. 이 일대에서는 이곳을 포함해 지난 6개월 새 1만5000가구가 입주했다. 보통 짧은 기간에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리면, 일대 전세 가격도 크게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등의 여파로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전셋값은 오히려 수천만원씩 오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집값 하락기에는 전셋값도 같이 내려갔다. 당시에도 2018년 나왔던 '9·13 부동산 대책' 때문에 주택 수요가 얼어붙은 상태였고, 9510가구 규모 대단지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진행 중이었다. 시장 상황은 거의 같은데 올해 전셋값만 유독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 불안감에 주택 수요자들이 매매 대신 전세로 돌아섰고, 집주인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며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서울 주요 아파트 전세 가격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2주 연속 보합(0%)을 기록하며 상승을 멈췄다. 하지만 전세 가격은 이달 들어 매주 0.04%씩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 아파트값은 지난 1월 마지막 주부터 하락하고 있는데, 전셋값은 매주 0.05~0.06%씩 오르고 있다. 작년 서울 아파트값 하락기에는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시에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 전세는 지난 1월 13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같은 층의 전세 가격이 15억원으로 뛰었다. 현재 이 아파트 로열층 전세 호가는 15억5000만원 선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4㎡ 역시 연초 9억~10억원 선이던 전세 가격이 지금은 10억~12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집을 매수하는 대신 전세에 잔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점을 전세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대부분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대하거나 청약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 집 마련' 수요가 감소하면 전월세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저금리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는 탓에 전세 공급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했다.

올해부터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실거주를 택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다. 기존에는 서울 1주택자가 9억원 넘는 아파트를 10년간 보유하면 양도세의 최대 80%를 감면받을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 '2년 실거주' 요건이 추가됐다.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혜택을 받기 위해 일단 2년 먼저 살겠다는 집주인이 늘어 전세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고 했다.

향후 전셋값 추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하반기부터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저렴한 아파트가 나오고, 정부가 진행 중인 3기 신도시도 내년부터 나오기 때문에 무주택자가 전세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반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예년에 비해 늘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전셋값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서울에선 지난 10년 평균 대비 30% 많은 새 아파트가 입주한다"며 "입주가 많기 때문에 전셋값은 오르더라도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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