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세 할머니를 살려라"… 코로나와 싸우는 14명의 전사들

조선일보
입력 2020.03.28 01:30

[국내 최고령 환자 치료 현장]

포항의료원 음압실서 18일째 투병
의료진이 24시간 지키며 말 걸고 매 끼니 밥 반공기 비우도록 도와
정상체온 회복… 폐렴도 가라앉아
두차례 검사서 음성 나오면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령 완치

국내 최고령 확진자인 104세 최씨 할머니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국내 최고령 확진자인 104세 최씨 할머니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포항의료원

"할머니! 딱 한 숟가락만 더요!"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간호사가 쌀밥 위에 계란찜을 올린 밥숟가락을 내밀며 채근했다. 할머니는 "입맛이 없다"며 고개를 돌렸지만, 간호사의 숟가락은 고집스러웠다. 손짓까지 해가며 "드셔야 빨리 나아요"라고 연신 설명하는 방호복 속 간호사의 얼굴 위로 땀이 줄줄 흘렀다. 그제서야 할머니는 "아이고, 나 때문에 뭘 또 그렇게 땀을 흘리냐"며 숟가락으로 입을 가져갔다. 그렇게 1시간 만에 밥 반 공기가 천천히 비워졌다.

27일 경북 포항의료원 의료진이 전해온 국내 최고령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인 104세 최모 할머니의 일상이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워낙 고령이시라 일반 환자보다 식사가 더 중요한데 간이 센 음식을 좋아하셔서 처음엔 병원식을 제대로 못 드셨다"면서 "의료진이 세 끼 꼬박꼬박 반 그릇씩 비우도록 도왔고 이제는 입맛이 많이 돌아오셨다"고 했다.

◇18일째 코로나와 싸우는 104세 할머니

할머니는 지난 10일 2012년부터 지내던 경북 경산 서린요양원에서 26명이 집단감염되면서 확진 판정을 받아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포항의료원에 입원했다. 할머니를 포함해서 11명이 함께 이송됐지만, 할머니만 중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특수 병동의 5인실 음압 병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하반신 마비로 혼자 거동할 수 없고, 천식 등 기저 질환에 경미한 치매 증세도 보여 집중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처음 오셨을 때 연세를 보고 굉장히 놀랐다. 치료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 많이 했는데 할머니가 잘 버텨 주셔서 다행"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최고령이었지만 활달한 성격으로 친구가 많았고, 아들과 손자가 자주 방문했는데 입원 후 만날 수 없게 되자 불안해 하며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할머니의 말문을 다시 연 건 3교대로 24시간 곁을 지킨 의료진이었다. 주치의 1명,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13명이 2시간 간격으로 '몸은 괜찮으세요' '오늘 날씨 좋죠'라고 말을 걸었다. 방호복을 입으면 걸어만 다녀도 땀이 나는데, 귀가 어두운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기 위해선 손짓 발짓까지 필요했다. 포항의료원 김은숙 간호부장은 "방호복 입고 팬터마임 하듯 할머니에게 두 시간가량 말을 걸고 나오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면서도 "말수가 늘어나시는 걸 보면 기쁘다"고 했다. 누워만 있는 할머니의 등에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새벽에도 중간중간 몸을 돌려 눕히고, 하루 7~8번 대소변을 받아 내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땀에 젖은 간호진의 얼굴을 보면 "아이고, 또 미안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할머니가 꼭 완치 되실 거라 믿는다"

"할머니는 코로나와 정말 잘 싸우고 있다"고 간호진은 전했다. 14명의 의료진도 함께 싸우고 있다고 했다. 입원 초기 38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던 체온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기준치를 크게 넘어 걱정거리였던 염증 수치도 호전됐다. 폐렴 증상이 거의 가라앉았고, 에크모(ECMO·호흡을 돕는 장치) 없이 스스로 호흡하고 있다. 간호진은 할머니를 이름 대신 '꽃님이 할머니'라고 부른다. 차츰 회복하면서 병원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활짝 웃어 보이는 할머니가 꽃보다 예뻐서 그렇다고 했다.

상태가 호전되면서 포항의료원은 지난 26일 코로나 검사를 실시했다. 만약 음성 판정이 나오고, 한 번 더 음성이 나오면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령 완치자가 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경북 청도군에서 97세 할머니가 완치 판정을 받았고, 세계적으로는 중국의 104세 완치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김은숙 간호부장은 "하루에도 몇 차례 외신 등에서 할머니 상태를 묻는다. 부담도 되고, 혹시라도 돌아가시면 우리가 임종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울적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반드시 완치되실 거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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