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송치하며... 손석희·윤장현 사건 뺐다

입력 2020.03.28 01:30 | 수정 2020.03.28 18:14

세명 다 "돈 뜯겼다" 인정했는데
김웅씨에 대한 사기 혐의만 포함
"조씨가 말 안했다면 묻혔을 수도"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25·구속)씨가 손석희 JTBC 사장,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를 각각 속여 많게는 수천만원을 가로챈 것과 관련, 경찰이 세 명 중 김웅씨 피해 부분만 검찰에 송치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세 사람 다 돈을 뜯겼다고 인정했는데 유독 김씨 사건만 송치한 데 대해 "친여 성향 손 사장과 윤 전 시장이 희대의 성범죄자에게 사기당했다는 것을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이 조씨를 송치하며 적용한 혐의는 아동·청소년의 성(性)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협박, 사기 등 12건이었다. 27일 본지의 검경 취재를 종합하면, 이 중 사기 혐의는 조씨가 김웅씨를 상대로 "손 사장의 '교통사고 뺑소니 동영상'을 주겠다"고 속여 1500만원을 가로챈 것이었다. 조씨에게 협박당해 돈을 뜯겼던 손 사장, 'JTBC에 출연시켜 주겠다'는 조씨 말에 넘어가 돈을 줬던 윤 전 시장 건은 빠져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기에 대한 수사는 피해자 조사가 있어야 사기 사실을 명확히 판단해 볼 수 있다"며 "검찰에 서면질의 후 검찰과 협의해 분리 송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송치된 김웅씨 관련 수사 기록도 상당히 부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조서에 사실상 그 부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며, 피해자인 김씨 주장도 조서가 아닌 진술서 형태로 첨부됐다는 것이다. 사정 기관 관계자는 "복잡한 사건도 아닌데 경찰이 그런 식으로 처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충분히 들어 문답 형식의 진술서로 조사를 끝냈다"며 "범죄 수사 규칙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



조주빈 검찰 송치. /조선DB
조주빈 검찰 송치. /조선DB
검찰 안팎에서는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도 'n번방' 사건이 손 사장이나 윤 전 시장에게 번지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은 송치된 범위 안에서 처리한다'는 지침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초 손 사장 등이 조씨에게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은 조씨 본인의 입을 통해서 알려졌다. 지난 25일 검찰 송치에 앞서 종로경찰서 포토라인에 선 조씨는 느닷없이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한 법조인은 "조씨가 먼저 공개하지 않았다면 그냥 묻힐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검찰로 사건 기록이 당연히 넘어가는데, 경찰이 감출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조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두 번째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사건에 '범죄 단체 조직죄' 적용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박사방' 개설·운영 과정을 집중 조사했다. 이 혐의가 입증되면 조씨는 최고 사형까지 가능하고 공범도 중벌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조씨가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가짜 암호 화폐 지갑 주소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가짜로 판명된 두 암호 화폐 지갑 중 하나는 입출금 거래 내용이 3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단독] '조주빈 공범' 강씨, 소년범 이력에 ROTC 탈락 뒤 복수 꿈꿨다 박소정 기자
조주빈 공범 16세 태평양, 10만원 걸고 기자 사냥 원우식 기자
[단독] 조주빈 공범 강씨의 '선생님 협박' 편지 입수…"학교를 피바람 부는 생지옥으로 만들겠다" 박소정 기자
조주빈 새 변호인 "조씨, 음란물 유포 인정... 피해자들에 미안" 정준영 기자
조주빈, '박사방' 운영 시작한 해 경찰 감사장 받아... 손석희에 "속기 쉽다" 관상평도 정준영 기자
김웅 "조주빈이 '손석희 혼외자' 암시했지만 안 믿었다" 정준영 기자
삼성 "손석희 '삼성 배후' 주장 황당…사실관계 달라" 발끈 이재은 기자
김웅 "손석희 車에 아이 있었다던 조주빈 말, 난 안믿었다" 황지윤 기자
삼성 "'삼성배후 믿었다'는 손석희 사장 해명 당혹" 연지연 기자
손석희 "'김웅 배후에 삼성 있다'는 조주빈 말 믿어 신고 못해" 연지연 기자
삼성 측, 손석희 '삼성 배후론' 주장에 "왜 시선을 다른 곳으로" 김동하 기자
조주빈 신고안한 손석희 "배후에 삼성 있다고 생각" 김동하 기자
'박사방' 범죄단체로 처벌하면 뭐가 다를까... 조주빈, 주말은 구치소에서 정준영 기자
조주빈 "손석희 CCTV·블랙박스 제거한 게 나야" 김우영 기자
조주빈 "손석희· 김웅에 사죄" 왜?... "사기 피해자 가능성" 박성우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