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막아선 백발의 할머니는 누구

입력 2020.03.27 13:38 | 수정 2020.03.27 23:41

'천안함 용사' 고(故) 민평기 상사 모친
아들 사망후 1억900만원 성금, '3·26 기관총'으로
언론 인터뷰서 "난 투사 아닌 엄마"

27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현충탑 앞에 분향을 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가가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인지 물은 사람은 ‘천안함 46용사’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77)씨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현충탑 분향을 할 때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 질문하는 윤청자씨/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현충탑 분향을 할 때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 질문하는 윤청자씨/연합뉴스


하얀 비옷 차림의 윤씨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과 관련, “대통령님, 대통령님 이게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했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확실히 밝혀 달라는 취지였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으로 세상을 떠난 민 상사가 충남 부여에서 농사 짓던 윤씨의 5남매 중 막내 아들이다.

윤씨는 아들을 떠나보낸 지 3개월 만인 2010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을 받고 1억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이희원 안보특보에게 전달했다. 유족 보상금을 성금으로 낸 것이다. 당시 윤씨는 동봉한 편지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안보만큼은 하나 된 목소리를 내달라”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안보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1억원 외에 국민 성금으로 받은 898만8000원은 해군 2함대에 전달했다.

해군은 이 성금을 포함해 5억 원을 들여 K-6 기관총 18정을 구입, 2함대 초계함 9척에 2정씩 장착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폭침 사건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3·26 기관총’으로 이름지었다. 해군은 ‘민평기 기관총’으로 명명할 계획이었지만, 윤씨 등 유족들이 “46용사 모두를 기릴 수 있는 3·26이 더 의미있다”며 한사코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북한을 공격하라는 게 아니라 죽는 아이가 또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2011년 3월 열린 ‘3·26 기관총’ 기증식에서 K-6 기관총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윤씨는 앞서 그해 5월 ‘천안함 46 용사’ 영결식에선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왜 북한에 퍼주느냐. 이북 놈들이 쟤들을 죽였다”며 “정치만 잘하시라. 이북 주란 말 좀 그만 하시라. 피가 끓는다”고 고함을 치기도 했었다. 이어 6월엔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혹’이 있다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에 보낸 참여연대를 찾아가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인데 내 가슴에 못 좀 박지 말라” “이북에서 안 죽였다는데 누가 죽였는지 말 좀 해 보라. 모르면 말을 말아야지 뭐 때문에 (합동조사단 발표가) 근거 없다고 말하느냐”고 항의했다. 윤씨는 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난 투사가 아니다. 그냥 엄마, 아들을 살리고 싶은 엄마”라고 했다. 윤씨는 2012년 정부로부터 국민 추천 ‘국민 포장’을 받았다.

윤씨는 작년에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올해 처음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씨가 “대통령님, 이게(천안한 폭침)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해달라”고 하자, 현충탑 분향을 잠시 멈추고 “북한 소행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 아닙니까”라고 했다. 이어 윤씨가 “여적지(여태) 북한 짓이라고 진실로 해본 일이 없다.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라고 하자 “정부 공식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윤씨는 “다른 사람들이 이게 대한민국에서 하는 짓인지 저기(북한)인지 모르겄다고 그러는데 제가 가슴이 무너진다. 대통령께서 꼭 좀 밝혀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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