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월 나온다던 김어준의 '조국백서', 아직 원고도 없다

입력 2020.03.27 11:40 | 수정 2020.03.27 17:51

"3월 말 배송하겠다"더니 원고조차 제출 안 해
'조국 수호' 기치로 공천받은 김남국 변호사도 발 빼
후원금 낸 시민들 "보이스피싱 당한 4억원 메운 것 아니냐" 의혹


지난 1월 나흘만에 시민 후원금 3억원을 모으며 요란하게 출발했던 조국(전 법무부 장관) 백서 추진위원회가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배송을 약속한 기한이 임박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다. 후원금을 냈던 시민들 사이에서 “조국 이름 걸고 우롱한 것이냐. 뒤통수 맞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진한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진한 기자


본지 취재 결과 백서에 이름을 올린 10여명의 필진 중 26일까지 원고를 제출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만들어진 추진위 홈페이지에는 1월 31일까지 원고를 작성하고 3월까지 책을 제작한 뒤 3월 말부터 배송을 시작한다고 적혀있다. 추진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필자들이 다 바쁘시다. 연락을 해도, 원고를 주신다고 하고는 완성돼 들어온 것은 없다”고 했다. 이어 “꼼꼼하게 본다는데 빨리 쓰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역사학자 전우용씨와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는 원고 진행상황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조국 백서 추진위원회의 후원회장이자 에필로그 필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선DB
방송인 김어준씨는 조국 백서 추진위원회의 후원회장이자 에필로그 필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선DB

‘조국 백서’ 계획은 지난 1월 처음 공개됐다. 백서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최 전 의원은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검찰의 조국 죽이기 실체를 밝히는 백서를 만들기 위해 모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방송인 김어준<사진>씨는 후원회장이자 에필로그 집필자로, 친여 인사인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시민 8000여명이 후원에 참여해 목표액인 3억원이 모였다. 모금 발표 나흘 만이었다.


조국 백서 필진으로 이름을 올렸던 김남국 변호사가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에서 전략 공천을 받은 뒤 필진에서 발을 뺐다. /뉴시스
조국 백서 필진으로 이름을 올렸던 김남국 변호사가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에서 전략 공천을 받은 뒤 필진에서 발을 뺐다. /뉴시스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백서 배송 시작 시점이라는 3월 말이라고 볼 수 있는 26일까지 배송은커녕 원고조차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 사태 때 서초동 집회를 주도한 개국본(개싸움국민운동본부) 고문 변호사이자, 조국 백서 추진위에 참여한 이력으로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경기 안산단원을에 전략 공천을 받은 김남국 변호사<사진>도 원고를 제출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당초 추진위가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총 7개 장으로 구성된 조국 백서 중 각론 메인인 ‘검란(檢亂)’ 부분을 김 변호사가 집필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그는 공천을 받은 직후 백서에서 발을 뺐다. 추진위 측은 “총선 때문에 지금은 같이 일하지 못 하고 있으며 받은 원고는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가 맡기로 한 부분은 누가 이어서 쓰냐는 질문에 “그건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발간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추진위원장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총선을 언급했다. 지난달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선거 기간 중에 발간할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라는 의구심을 살 수 있다”고 밝혔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선 전에 공개해 논란이 되면 이 책의 가치는 사라지는 것”이라며 “이 책은 자체로 역사성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도 함께 덧붙였다. 김 교수는 “코로나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는 판인데, 그런 와중에 세상에 내놓게 된다면 또 하나의 소중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필자들이 충실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개싸움국민운동본부는 지난해 서울 서초동 조국수호촛불문화제를 주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8일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7차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 /남강호 기자
개싸움국민운동본부는 지난해 서울 서초동 조국수호촛불문화제를 주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8일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7차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 /남강호 기자


후원금만 받아놓고 제작 소식이 지지부진하자 시민들 사이에선 ‘뒤통수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학생 박모(25)씨는 “백서를 제작한다는 말에 조 전 장관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3만원을 입금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며 “조 전 장관을 이용한 것 같아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초동·여의도에서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한 개국본이 보이스피싱으로 4억원을 날렸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그 돈을 메우기 위해 3억원을 성급하게 모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개국본 고문 변호사인 김남국 후보뿐 아니라 개국본 대표를 맡고 있는 이종원 시사TV대표도 추진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백서추진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발간 일정. 3월 말부터 배송을 시작한다고 나와있다. /조국백서추진위 홈페이지
조국백서추진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발간 일정. 3월 말부터 배송을 시작한다고 나와있다. /조국백서추진위 홈페이지


최종 백서 발간 일정에 대해 추진위 측은 “언제가 될지 잘 모른다”고 했다. 후원한 시민들이 책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 전 의원은 “정말 그렇게 다 기다리고 계시냐. 잘 모르겠다. 지금은 다들 관심이 총선에 가 있어서”라고 답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백서를 만들 생각이 없었는 데도 후원금을 모금한 거면 사기죄에 해당하고, 실제로 만들 생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돈을 다른 곳에 썼다면 횡령죄로 고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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