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대신 손품… 부동산도 '언택트' 시대

조선일보
입력 2020.03.27 05:19 | 수정 2020.03.27 06:32

온라인 활용해 홍보·계약 성사, 카카오톡 채널로 실시간 상담도
1순위 청약자 163% 올라 49만명… 평균 경쟁률 43대 1로 3배 늘어

서울에 사는 이모(37)씨는 이달 초 아파트 청약을 앞두고 모델하우스에 가는 대신 컴퓨터에 화면 두 개를 띄웠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 2개의 사이버 모델하우스였다.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실물 주택형(유닛)을 360도로 촬영해 가상현실(VR) 영상으로 둘러볼 수 있다. 이씨는 집 내부를 찍은 VR 영상과 입체영상(3D) 평면도, 마감재 등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두 단지 영상을 양옆에 놓고 한꺼번에 볼 수 있어 비교하기 편했다"고 했다.

이달 말 청약을 진행하는 전남 ‘순천 금호어울림 더파크 2차’의 사이버 모델하우스 화면. 마우스 클릭으로 영상을 360도 회전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 큰 화면 아래쪽 작은 화면을 누르면 거실·주방·침실 화면 등으로 이동 가능하다.
이달 말 청약을 진행하는 전남 ‘순천 금호어울림 더파크 2차’의 사이버 모델하우스 화면. 마우스 클릭으로 영상을 360도 회전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 큰 화면 아래쪽 작은 화면을 누르면 거실·주방·침실 화면 등으로 이동 가능하다. /금호산업
'발품'을 중시하던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변하고 있다.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대세가 됐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청약엔 지난해보다 사람들이 더 몰린다. 매매·전세 거래 때도 직접 방문 대신 사진·영상으로 매물을 보는 경우가 늘었다. 부동산 업계에선 "업체들이 코로나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언택트(untact·비대면) 마케팅을 시작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 않아 앞으로 이를 더 적극 활용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집콕' 청약

가장 큰 변화는 분양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건설사들은 실물 모델하우스를 열고, 방문객 숫자로 '흥행 여부'를 가렸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대부분 사이버 모델하우스나 유튜브 영상 등으로 홍보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달 분양한 18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2곳을 빼고는 모두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마련했다. 실물 모델하우스를 연 곳도 대부분 방문 예약제 등 최소 규모로 운영했다. 최근엔 유튜브를 활용하는 건설사도 늘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이달 부동산 전문가가 실물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실시간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페이스북·카카오톡 채널로 실시간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분양 성적도 좋다.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열었던 인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등에 수만개 청약통장이 쏟아졌다. 실제 올해 2·3월 1순위 청약자 수는 총 49만43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만7586명) 대비 163% 증가했다.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도 43대1로 작년 같은 기간(14대1) 보다 크게 높았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청약은 집에서 클릭만 하면 돼 코로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최근 분양한 단지들이 대부분 비규제지역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계약·보험도 온라인으로

부동산 중개와 계약도 조금씩 비대면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모(34)씨는 "괜찮은 곳이 있어서 집을 보러 가겠다고 했더니 세입자가 (코로나 때문에) 외부인 방문이 어렵다며 대신 사진을 잔뜩 찍어 보내줬다"고 했다.

공인중개소에 가지 않고도 계약이 가능한 부동산전자계약은 지난달 1만7057건으로, 1월(5790건) 대비 세 배로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6일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인터넷으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신청하는 경우 보증료 할인율을 기존 3%에서 5%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관련 스타트업들은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직방은 '모바일 모델하우스' 서비스를 내놓고, 단지 내부만 보여주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주변 동네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다방은 온라인 매물확인 메신저를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관심 매물을 문의하면, 다방이 먼저 올라온 매물의 거래 가능 여부를 확인해준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지도 못하고 사는 게 답답하다" "결국 마지막엔 실물을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실제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운영하는 곳 역시 계약 단계에선 실물 모델하우스를 관람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업계에선 온라인에 익숙한 20·30대가 아닌 중장년층이 언택트를 경험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 실물 거래가 다시 활성화되더라도 비대면 방식 역시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기술과 서비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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