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입니다" 25국 정상과 코로나 전화외교

입력 2020.03.27 04:05

中, 방역 지원해 영향력 확대… 이란·伊 등 5국에 의료진 파견
"중국만 우리 도와" 외국 반응 전해 내부적으로 정권 정당성 확보나서

25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공항에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도착했다. 비행기에는 인공호흡기 30대, 마스크 30만장과 함께 중국 남부 푸젠성에서 파견한 의사와 간호사 14명이 타고 있었다. 중국은 지난 12일 9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의료진 36명을 이탈리아에 파견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이란, 이라크 등 5국에 의료진을 보냈지만 여러 팀을 동시에 보낸 곳은 이탈리아뿐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에 대해 이탈리아가 지난해 G7(선진 7국)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에 가입한 것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6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건강 실크로드' 건설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CCTV는 26일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가입한다고 했을 때 비웃었던 사람들도 (중국과의) 우의가 이탈리아로 하여금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할 능력을 갖추게 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외교장관의 현지 언론 인터뷰를 소개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중국이 코로나 방역 지원을 계기로 '일대일로' '인류운명공동체'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미국 등 서구 진영은 중국의 일대일로가 인프라 건설을 미끼로 약소국에 빚더미를 안기는 전략이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이 자국의 코로나 비상사태로 정신이 없는 사이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진핑 주석은 1월 22일 이후 한국 등 25국 정상과 코로나 사태를 주제로 전화 통화를 했다. 지난 23일과 24일에는 하루 3명의 대통령·총리와 통화했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일대일로 국가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다. 시 주석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비바람이 지난 후 카자흐스탄과 일대일로가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주관하는 일대일로 언론 연합은 25일 '건강 실크로드를 함께 건설하자'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정상들과의 통화마다 "바이러스는 국가와 민족의 구분이 없는 만큼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이 중요하다"고 했다. 인류운명공동체론은 보호주의·일방주의에 맞서 시진핑 시대 중국이 내건 외교 목표다. 다자주의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국제 질서에서 중국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중국의 코로나 외교 정리 표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주장해온 '중국 책임론'을 불식하고 동시에 국내적으로도 정권의 정당성을 얻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내에서는 바이러스 대응이 늦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방역 물자와 인력을 지원하고 국제사회에서 중국 방역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세계에서 오직 중국만 우리를 돕고 있다"는 외국인들의 반응을 전하며 자긍심을 강조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은 80여국·국제기구에 물자·인력을 지원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천샹양 세계정치연구소장은 25일 연구원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코로나가 국제 전략에서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코로나 사태로 "대국(大國) 관계가 재편되고 중국이 움직일 공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 소장은 "중국이 (방역에) 책임을 다한 반면 미국은 이기적으로 책임을 회피했다"며 "중·유럽 관계가 개선되고 미국과 유럽 사이에는 틈이 커지며, 미·중 경쟁은 격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 동안 중국은 유럽에 공을 들여왔다. 시진핑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 한 차례 통화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세 차례 통화했다. 독일·영국 총리들과도 두 차례씩 통화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