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의료장비 대란… CNN "지옥문 열렸다"

입력 2020.03.27 04:00

뉴욕선 쓰레기 봉투 휘감고 진료, 병원 밖엔 시신 운반용 냉동트럭
美·유럽 의료진들 악조건 속 사투… 이탈리아에서만 의사 31명 사망

25일(현지 시각) 미 일리노이주 노스레이크 월마트에 마련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서로 방호복을 입는 것을 돕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미 일리노이주 노스레이크 월마트에 마련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서로 방호복을 입는 것을 돕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안실에 시신이 넘치니까 병원 앞에 시신을 보관할 냉동 트럭을 세워 놨어요. 환자가 숨지면 유가족에게 '어떤 옷을 입혀 보내드릴 것이냐'고 묻고 나가 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게 일상이 된 지금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프랑스 파리 인근의 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사가 25일(현지 시각) 일간 르파리지앵에 자신이 처한 극한 상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유럽과 미국에서 의료진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를 진료하느라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마스크와 장갑 등 기본적인 장비마저 부족하다며 절규하고 있다.

지난 18일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한 이탈리아 의사 마르첼로 나탈리는 "장갑이 부족해 맨손으로 일하고 있다"고 감염 전 인터뷰에서 말했다. 스페인에서는 의사들이 쓰레기 봉지를 팔에 끼운 채 일하고 있다. CNN은 초록색 쓰레기봉투를 테이프로 이어 붙여 만든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보는 스페인 간호사를 소개했다.

이탈리아의 율리안 우르반이라는 의사는 "더 이상 의사가 아니라 누가 살 수 있고 누가 죽음을 맞이하는지 분류하는 사람 같다"고 했다. 프랑스의 로랑 피달고라는 의사는 페이스북에 "병실이 모자라니 증세가 가벼운 분은 제발 병원에 오지 마세요"라고 호소하는 영상을 올렸다.

유럽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를 돌보다 감염돼 숨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25일까지 의사 31명이 숨졌다. 프랑스에서도 의사 5명이 사망했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감염자가 스페인은 5000명, 이탈리아는 4000명을 넘겼다. 뉴욕타임스(NYT)는 "의료진이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고 했다.

미국도 심각한 의료 장비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25일 뉴욕주의 대형 종합병원 마운트 시나이에서 일하던 48세 남성 간호사가 코로나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병원은 보호복이 부족해 의료진들이 대형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잘라서 몸에 휘감고 일하던 상황이었다. NYT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 응급실에선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이 유효기간이 다 된 마스크를 지급받았는데, 착용하려 하니 귀에 거는 밴드 줄이 끊어질 정도였다.

NYT는 25일 병상과 의료 장비가 모자라는 와중에 환자가 폭증하는 뉴욕의 코로나 사투 현장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뉴욕 퀸즈에 있는 엘머스트 병원 밖에는 사망자들의 시신을 싣기 위한 냉동 트럭이 세워져 있고, 이 병원에선 최근 24시간 동안 13명이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싱턴주 커크랜드에 위치한 병원에서 일하던 40대, 70대 의사가 코로나에 감염돼 위중한 상황이다. 이 병원은 워싱턴주에서 코로나가 집단 발병한 요양원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코로나 환자들이 다수 입원해 있었다. CNN은 "지옥문이 열렸다. 미국 병원들이 코로나 환자에 짓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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