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2] 중국의 최대 성씨(姓氏)

조선일보
  •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3.26 21:34 | 수정 2020.03.27 01:52

칼럼 관련 일러스트

14억 인구의 중국에는 성씨(姓氏)가 참 많다. 앞머리를 차지하는 성으로는 이(李), 왕(王), 장(張), 유(劉), 진(陳)이다. 그다음은 양(楊), 조(趙), 황(黃), 주(周), 오(吳)의 순이다. 이들 상위 10개의 성씨 전체 인구는 5억5000만명이다. 제법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중국인도 살아생전에는 좀체 마주치기 힘든 성씨가 여럿 있다. '없다'는 뜻의 무(無), '죽다'는 새김의 사(死), '짐승'의 축(畜), 사람의 성별인 남(男), 수컷 생식기 고(睾), 머리카락 없는 '민머리' 독발(禿髮)씨 등이다.

최근 중국 인터넷 세계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성은 조(趙)다. 네티즌들은 흔히 '조씨 일가[趙家人]'로 적는다. 유래는 중국 현대 문호 루쉰(魯迅)의 '아Q정전(阿Q正傳)'이다. 이 소설에서 모자라고, 게으르며, 남과의 다툼에서 져도 '정신적 승리'만 내세우는 주인공 아Q를 누군가가 야단친다. 동네 명망가 조씨(趙氏) 집안 어른이다. 미천한 신분이면서도 제 집안 식구로 몸을 섞으려는 아Q에게 그는 "네가 감히 조씨 일가 행세를 해!"라며 몰아세운다. 2015년 한 칼럼 필자가 이를 인용하면서 '조가인(趙家人)'이라는 말이 유행을 탔다.

네티즌들은 우선 축재에 혈안인 공산당 원로 그룹의 후대 태자당(太子黨)과 고위 간부 자식들을 비꼬는 데 이 말을 쓴다. 공산당 후광을 업은 기업인, 연예인, 부자, 각급 기관 간부 등도 다 대상이다. 아예 중국을 조국(趙國), 공산당은 조가(趙家)로 적기도 한다. 공산당원이 9000만명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의미의 중국 최대 성은 단연 '조씨'다. 이는 독선(獨善)과 탐욕(貪慾)으로 깊은 부패의 늪에 빠져든 중국 지도층에게 민심이 보내는 거센 야유다. 국호는 인민공화국(人民共和國)으로 걸었지만, 집권 공산당은 그를 등 뒤로 한 채 너무 멀리 걸어온 듯하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