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실수로... '7개월 딸' 굶겨 죽인 부부, 2심서 절반 감형

입력 2020.03.26 14:37 | 수정 2020.03.26 14:48

생후 7개월 딸을 6일간 홀로 방치해 굶겨 죽인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부부가 2심에서 대폭 감형됐다.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은 실수로, 이들이 중형(重刑)을 면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26일 살인, 사체 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남편 A씨(22)와 아내 B씨(19)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성인인 남편에겐 징역 20년을, 미성년자였던 소년범 아내에겐 장기 15년~단기 7년 형을 선고했었다. 1심에 비해 둘다 형이 절반이나 준 것이다. 1심이 끝난 뒤 딸을 죽인 부부는 즉시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검사가 항소하지 않으면 2심은 1심 선고 형량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 게다가 올해 아내는 성인이 됐다. 이 경우 그가 소년범 때 선고받은 ‘단기 7년’이 항소심이 그에게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이 된다. 같은 범행을 한 남편 역시 아내 형량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해 대폭 감형이 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선 “이 모든게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실수”라고 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감형 사유를 밝히면서 “1심 양형이 과했다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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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이런 사건을 실수로 항소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만큼 부부의 범행이 참혹하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부부는 작년 3월부터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살았다. 둘은 그때부터 자주 싸웠고 딸을 혼자 두고 외박하는 날이 잦았다. 집 안방엔 쓰레기와 두 마리 반려견의 배설물이 널브러져 악취가 진동했다. 부부는 작년 5월 25일 딸에게 분유를 먹인 뒤 아기를 이 방에 혼자 두고 집을 나갔다.
다음 날 엄마(당시 18살)는 잠시 집에 들렀다. 반려견이 딸의 얼굴과 머리, 팔, 다리를 할켜 피 맺힌 상처를 봤다. 엄마는 아빠(당시 21살)에게 전화해 “딸을 어떻게 할 거냐”고 했고, 아빠는 ‘내 알 바 아니다”라고 했다. 엄마는 “이제 나도 모른다”며 아기를 남겨둔 채 그대로 집을 나갔다.

아빠는 다음 날인 27일 밤 잠깐 집에 들렀다. 아기를 돌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 냉장고를 중고 제품 거래 사이트를 통해 팔아서 술값,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온 것이었다. 그러려면 냉장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는 사진만 찍고 다시 집을 나갔다.

부부는 각자 모텔에서 생활했다. 말 못하는 딸을 혼자 두고 둘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 엄마는 이 기간 ‘어제도 술, 오늘도 술’이라는 글과 함께 술자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부부는 딸에게 마지막 분유를 먹인 지 6일 만인 5월 31일 오후 4시쯤 집에 돌아왔다. 딸은 이미 시신(屍身)으로 굳어 있었다. 사인은 ‘고도 탈수 및 기아(飢餓)’였다. 6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굶어 죽은 것이다. 아빠는 딸의 시신을 종이박스에 집어넣어 두고는 다시 집을 나갔다. 그 직후 그는 휴대전화로 음란 동영상 사이트에 접속한 흔적이 나왔다. 엄마도 고데기를 챙긴 뒤 아기의 시신이 든 현관 앞 종이박스를 건너뛰어 집을 나갔다. 엄마는 이날 밤 11시쯤 ‘3일 연속 X 같은 일들만 일어나는구만’이라는 글을 자기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틀 뒤인 6월 2일 외할머니가 이 집을 찾았다. 현관 앞 종이박스에서 부패한 아기 시신을 발견했다.

부부는 검찰에서 “사망 신고와 장례를 곧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아기 장례식을 치른 사람은 조부모였다. 부부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 과음해 늦잠을 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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