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N번방 키우는 다크웹, 한해 4조5000억 음란물-마약 거래

입력 2020.03.26 16:27 | 수정 2020.03.26 17:15

국내 다크웹 전문 분석 스타트업 S2W
"가상화폐 블랙리스트 계좌 지정해 사전 차단해야"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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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협박해 만든 성(性) 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조주빈(25)씨는 자신이 운영한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상의 비공개방인 이른바 ‘n번방’에 입장시켜주는 대가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받았다. 가상화폐로 ‘입장료’를 받으면 자신의 신원을 숨긴 채 거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텔레그램을 이용했던 것도 보안성이 높아 외부에 절대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서다.

조씨처럼 인터넷상의 ‘익명 기술’을 통해 음란물 공유나 마약 판매 같은 불법 행위를 하면서 금품까지 받아 챙기는 행위는 이미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인터넷 서비스와 사이트를 ‘다크웹(Dark Web)’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아직 그 존재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FBI(연방수사국)가 10여 년 전부터 다크웹 수사 전담 조직을 두고 있을 만큼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다크웹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 보안 기업 에스투더블유(S2W)랩에 따르면, 다크웹 상의 비트코인 계좌를 통해 연간 4조 5000억원(41억 달러) 규모의 아동 음란물과 마약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또 이렇게 불법적인 용도로 쓰일 것으로 의심되는 비트코인 계좌가 매달 5000개 이상 다크웹 상에서 생겨나고 있다.

S2W랩의 서상덕 대표는 26일 “최근 3년간 다크웹 상에서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비트코인 거래만 약 80만건에 달한다”며 “제 2, 제3의 ‘n번방’은 언제든 또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크웹 데이터분석 스타트업인 S2W랩의 서상덕 대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다크웹 데이터분석 스타트업인 S2W랩의 서상덕 대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다크웹이란
구글·네이버 등 일반적인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는 찾을 수도, 접속할 수도 없는 인터넷 공간. 웹사이트에 접근한 경로와 주소 등을 추적하기 어려워 익명성이 보장된다. 이를 악용해 다크웹 상에서는 아동 음란물·마약 뿐 아니라 무기까지 사고판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접속해야 하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보통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거래가 이뤄진다. 2009년부터 비트코인으로 마약·총기를 팔다가 2013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적발돼 폐쇄된 ‘실크로드’가 대표적이다. 작년 10월에는 한국인 손모씨가 세계 최대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다크웹 상에서 운영하다 검거됐다.

다크웹의 한 해외 사이트에선 여권, 신용카드 등 개인정보나 마약, 성인물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간단한 회원 가입 절차 후 거래할 수 있고 코인등 가상화폐가 이용된다. /조선 DB
다크웹의 한 해외 사이트에선 여권, 신용카드 등 개인정보나 마약, 성인물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간단한 회원 가입 절차 후 거래할 수 있고 코인등 가상화폐가 이용된다. /조선 DB

S2W는 다크웹에서 매일 새로 생겨나는 웹 페이지 100만개를 수집해 지금까지 2억개가 넘는 웹페이지를 수집했다. 자동으로 웹사이트를 탐색해 그 내용을 분석·저장하는 자동 프로그램(크롤러)을 이용해 다크웹의 모든 정보를 긁어 모은다. 텍스트, 그림, 영상, 악성코드 프로그램까지 모두 수집해 인공지능(AI) 엔진을 이용해 분류, 검색 가능하도록 데이터베이스(DB)화 하는 것이다.

서 대표는 “아동 포르노 등 불법 음란물이 널리 유포되고 있는 다크웹 상에서도 n번방이 화제였다”고 했다. S2W랩은 다크웹 분석을 통해 1000만건 이상의 가상화폐 계좌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발견된 가상화폐 계좌 중 불법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는 입출금 거래 내역과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에 알려 조사를 할 수 있다. ‘블랙리스트’ 가상화폐 계좌를 거래소에 알려주는 식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S2W 같은 회사와 손잡고 이른바 ‘블랙리스트 계좌’를 미리 찾아내 범죄에 쓰이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서 대표는 “신고가 들어온 가상화폐 계좌는 이미 버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다크웹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계좌들을 사전에 차단해야 제2, 제3의 n번 방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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