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배우들의 설득력… 뮤지컬 '아티스'

  • 뉴시스
입력 2020.03.26 13:28


                뮤지컬 '아티스'
뮤지컬 '아티스'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도 예술가들은 쉽게 자존심을 접을 수 없다.

뮤지컬 '아티스'의 파트릭, 엘로이즈, 마티스가 그렇다. '천재 작곡가'인 에릭은 자신을 돕는 그들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그들의 예술에 독설을 퍼붓는다.

파리의 부호 파트릭은 에릭의 재능에 반해 그에게 '검은 고양이'라는 작업실도 마련해줬다. 에릭의 재능에 마법처럼 홀린 파트릭, 엘로이즈 그리고 마티스는 이 공간에서 겉보기에 평온한 생활을 보낸다.

하지만 이들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나고 있었다. 에릭은 보들레르 같은 시인이 되고 싶어하는 파트릭의 글에 끊임없이 관여한다. 또 에릭은 연인 엘로이즈가 화가를 꿈꾸는 것에는 관심도 두지 않는다.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인 마티스의 작곡한 곡에 대해서는 진부하며 창의성이 없다고 끊임없이 무시한다. 지면보다 훨씬 높은 제단에서 보통 사람을 굽어보는 듯한 에릭의 삶은 하지만 유리의 성과 같았다. 그를 불우한 어린 시절에서 구원해낸 것은 포장된 천재성이었다. 다시 세상으로부터 내동댕이쳐질까 자기 방어기제로 무장했다. 하지만 어쩌면 자신이 속 깊이 원했던 영광의 자리에 마티스가 대신 오르는 순간부터, 그는 몰락한다.

제목 아티스는 라틴어로 '예술', '재능'을 뜻한다. 그런데 예술가들의 신경질적인 굉음, 그들의 재능·감정·공감의 차이로 인해 빚어지는 마찰음 등은 일반 관객에게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그들만의 세계에 똬리를 틀고 있는 고뇌는 닿을 듯 닿지 않는 곳에 있다. 2016년부터 4년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이야기에 힘을 실어 넣었는데 다소 관념적으로도 느껴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장점들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멀게 느껴질 수 있는 거리감에 다리를 놓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김도빈은 갑자기 드러났다 확 사라지는 에릭의 트라우마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한다. 안찬용은 모범생 파트릭의 이면에 숨겨진 상처를 은밀하게 드러내 보인다. 현석준은 성실함으로 포장된 마티스의 치기를 점점 수면 위에 드러낸다.

그 중에서도 발군은 엘로이즈 역의 김히어라. 최근 뮤지컬 '마리 퀴리'의 안느 역에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호평 받은 김히어라는 캐릭터에 서사에 불어넣은 감각이 물에 오른 듯하다.

사실 작품에서 엘로이즈가 그림에 왜 관심을 갖고 어떻게 재능을 지니게 됐는지가 다소 불분명하게 그려졌다. 그녀가 그림 모델을 했다는 전사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강한 눈빛과 허스키한 목소리를 지닌 김히어라는 엘로이즈가 태생부터 예술적 능력과 자유로운 사고를 갖고 있었던 인물이라는 것을 설득시킨다. 이렇게 인물들은 작품 속에서 예술가 자체가 됐다.

음악도 작품의 가능성을 보게 만드는데 크게 보탬이 됐다. 점층적으로 쌓이는 캐릭터의 화음이 귀에 감긴다.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사람만이 알아본다' '검은 고양이' 등 한번 들으면 각인되는 넘버들도 있다.

특히 작곡가 남궁유진이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주로 따듯한 음색을 내는 현악기 위주로 구성한 넘버들은 인물들을 연민을 갖고 바라보는데 도움을 줬다. 박준범의 조명, 백은경의 의상도 그런 결에 스며든다. 이를 통해 동경의 장소에 있는 예술을 펼쳐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 공연예술 창작산실 ? 올해의 신작' 중 뮤지컬 마지막 작품이다.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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