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각광받는 '최후의 날' 비즈니스..."문의 10배 늘었다"

입력 2020.03.26 10:11 | 수정 2020.03.26 10:49

미국의 산골, 웨스트 버지니아에 요새화된 '포티튜드 랜치'
1년치 비축식량에 소총 등 무기 가득, 시체소각 시설도.
CNN, 아마겟돈 준비해온 '준비자'들 문화가 주류돼

인류 대재앙의 날을 대비해 만들어진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포티튜드 랜치' 피난처에서 경비원이 총을 들고 경계하고 있다./안내책자에서 캡쳐
인류 대재앙의 날을 대비해 만들어진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포티튜드 랜치' 피난처에서 경비원이 총을 들고 경계하고 있다./안내책자에서 캡쳐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6만명을 넘어가고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되면서 ‘최후의 날’ 비즈니스가 각광 받고 있다. 냉전시대 사람들이 핵전쟁을 피해 깊은 벙커를 찾아 들어갔듯, 이제 바이러스를 피해 오지(奧地)의 요새로 들어가는 것이다.

주(州) 전체가 애팔래치아산맥 속에 들어 있어 미국의 산골로 불리는 ‘웨스트 버지니아’에는 포티튜드 랜치(Fortitude Ranch·직역하면 ‘견고한 목장’)란 이름의 대재앙을 대비한 피난처가 있다. 뉴욕포스트·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산속에 꼭꼭 둘러싸이고 100에이커 규모인 이곳은 평소엔 하이킹과 등산 등을 할 수 있지만, 대재앙이 닥치면 바로 요새로 변한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콜로라도와 펜실베이니아 등 미국 전역에 12개의 요새화된 시설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웨스트 버지니아 시설엔 1년이 넘게 버틸 수 있는 비축 식량이 있고, 폭도들을 물리치기 위한 반자동 소총과 탄약은 창고에 잔뜩 쌓여 있다. 콘크리트 벙커와 태양열 집열판 심지어 감염된 시체를 처리할 수 있는 소각 시설도 갖추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영화에 나오는 좀비 떼의 공격만 아니면 4개 보초 탑에선 강력한 소총으로 장갑차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적어도 (최근 사재기로 구하기 어려운) 휴지 때문에 싸울 일은 없다”고 묘사했다.

이 시설은 스스로 ‘중산층’을 위한 대피소를 표방한다. 기존에 ‘지구 종말’을 대비한 시설들은 깊숙한 벙커에 초호화 시설로 부유층만 접근할 수 있었던 반면 이 포티튜드 랜치는 1인당 연간 1000달러씩만 내면 지구 종말의 날에 들어갈 수 있다. 실제 콜로라도주에서 과거 미사일 기지를 개조해만든 ‘서바이벌 콘도’의 경우 아파트 한 채당 분양가격이 150만~45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옛 미사일 기지를 개조해 만든 서바이벌 콘도의 모습. 깊은 지하 미사일 저장고를 개조해 아파트를 만들었다. 아파트 가격은 150만 달러에서 450만달러에 달한다. /서바이벌 콘도 홈페이지 캡쳐
옛 미사일 기지를 개조해 만든 서바이벌 콘도의 모습. 깊은 지하 미사일 저장고를 개조해 아파트를 만들었다. 아파트 가격은 150만 달러에서 450만달러에 달한다. /서바이벌 콘도 홈페이지 캡쳐
1인당 연간 회비 1000달러도 싼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4인 가족의 한 달 건강 보험료가 보통 1000달러가 넘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중산층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설의 관리자이자 주한미군 출신으로 한국에 근무한 적이 있는 스티브 르네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요즘 가입 문의 전화가 이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며 “새롭게 입소하려는 사람들로 아주 긴 대기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곳은 즐기는 곳이 아니라 ‘버티는’ 곳이어서 시설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침대 등은 나무로 간단하게 만들어졌고 매트리스도 군용과 비슷하다. 또 대재앙이 1년 넘게 이어져 비축한 식량이 떨어질 경우엔 피난처 주변의 목초지와 산에서 닭과 염소 등 가축을 기르고 산과 강에서 사냥과 낚시를 해야 한다. 르네씨는 “이런 점을 고려해 시설을 깊은 산 속에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로 따지면 지리산 정도 되는 거대한 산을 버팀목으로 삼아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티튜드 랜치의 벙커 내외부 모습. 1년치 식량도 준비돼 있고, 각종 재앙이 와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포티튜드 랜치 홈페이지 캡쳐
포티튜드 랜치의 벙커 내외부 모습. 1년치 식량도 준비돼 있고, 각종 재앙이 와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포티튜드 랜치 홈페이지 캡쳐
그렇다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현 시점도 대재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르네씨는 “코로나는 치명률이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사망률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미국인들이 완전히 공황에 빠져 안전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돼야 대재앙을 선언하고 회원들이 정식 입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과 같은 ‘평상시’의 경우 회원들의 휴게시설 정도로 쓰인다.

르네씨는 “코로나가 대재앙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문제에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런 피난처에 회원 가입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보험은 아니지만 일종의 생명 보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NN도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아마겟돈(최후의 전쟁)을 대비해 온 ‘준비자(prepper)’들의 문화가 주류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스크와 라디오, 정수 필터 등을 모아 파는 온란인 ‘준비자’ 매장은 대박을 쳤고 영국의 한 매장은 매출이 20배가 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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