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막자" 인간 대신 로봇, 네가 나서줘

입력 2020.03.26 08:54 | 수정 2020.03.26 09:31

약품 전달, 병실 소독 척척
로봇으로만 운영하는 병동도
재택시대 맞아 활용도 늘 전망

중국 우한 우창병원에서 로봇만으로 운영되는 코로나 환자 병동이 등장했다. 로봇이 환자를 맞고 약품을 전달한다. 환자들은 로봇을 통해 외부 의료진과 대화를 한다./클라우드마인드
중국 우한 우창병원에서 로봇만으로 운영되는 코로나 환자 병동이 등장했다. 로봇이 환자를 맞고 약품을 전달한다. 환자들은 로봇을 통해 외부 의료진과 대화를 한다./클라우드마인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하면서 의료진의 감염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 우한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실태를 고발한 의사 리원량과 환자 치료의 중심지였던 우한 우창병원장인 류즈밍도 코로나로 사망했다. 중국의 대안은 로봇이었다. 병원 소독과 약품 배달에서 환자 안내까지 다양한 분야에 로봇이 투입했다. 과연 로봇은 병원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 의료로봇연구소장인 양광종 교수 등 로봇 분야 석학들은 25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한 논평 논문에서 “코로나 사태가 의료현장에 로봇이 확산되는 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과거처럼 반짝 관심에 그치면 준비 안된 상태로 팬데믹을 맞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사이언스 로보틱스의 양광종 편집장. 중국 자오퉁대의 의료로봇연구소를 이끌고 있다./중국 자오통대
사이언스 로보틱스의 양광종 편집장. 중국 자오퉁대의 의료로봇연구소를 이끌고 있다./중국 자오통대
양광종 교수는 사이언스 로보틱스의 편집장이며,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햄린 수술 로봇 연구소를 이끌었다. 앞으로 자오퉁대에서 3년 내 500명의 연구원을 가진 의료로봇연구소를 만들 계획이다. ‘코로나19와의 전투: 공중보건과 감염병 관리에서 로봇공학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이번 논평 논문에는 양 교수 외에 미국 과학한림원의 마르시아 맥넛 원장, 텍사스 A&M대의 로빈 머피 교수, UC샌디에이고 로봇연구소의 헨릭 크리스텐센 소장, 하위 초셋 카네기 멜론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약품 전달, 병실 소독에 로봇 투입
석학들은 먼저 2015년 에볼라 발생시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국과 미국과학재단이 공동 개최한 워크숍을 언급했다. 당시 로봇 과학자들은 로봇이 의료를 혁신할 3가지 분야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원격의료와 소독 등 환자 치료이고 두번째는 약품·식품 배달과 오염물 처리 등 물류, 세번째는 자가격리 모니터 등 감시였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서 이미 중국 병원에 이 분야들에 로봇이 투입됐다. 중국 광저우시 광둥성인민병원은 지난달 29일 중국 최초로 서비스 로봇인 ‘핑핑(平平)’과 ‘안안(安安)’을 감염병 진료 부서의 격리 병동에 도입했다. 로봇은 격리된 코로나 감염 환자들에게 약품을 전달하고 침대 시트를 수거했다. 항저우의 한 호텔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호텔에 격리된 승객들에게 로봇을 이용해 음식과 물을 배달했는데, 로봇은 격리된 손님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중국 우한 우창병원에서 로봇만으로 운영되는 코로나 환자 병동이 등장했다. 로봇이 환자를 맞고 약품을 전달한다. 환자들은 로봇을 통해 외부 의료진과 대화를 한다./클라우드마인드
중국 우한 우창병원에서 로봇만으로 운영되는 코로나 환자 병동이 등장했다. 로봇이 환자를 맞고 약품을 전달한다. 환자들은 로봇을 통해 외부 의료진과 대화를 한다./클라우드마인드

미국에서도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 환자를 진료할 때 모니터가 달린 로봇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달 24일 CNN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주 스노호미쉬 카운티의 에버렛에 위치한 ‘프로비던스 메디컬 센터’ 의료진은 중국 우한에서 미국으로 입국한 30대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 진료를 실시했다. 프로비던스 메디컬 센터의 감염병 부서의 조지 디아즈 박사는 “청진기를 갖춘 로봇이 의사를 도와 환자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큰 스크린을 통해 환자와 소통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로봇만으로 운영되는 병동도 등장했다. 중국 우한의 우창병원은 지난 7일 약 200명의 코로나 감염 초기 환자를 로봇으로만 운영되는 병동에 입원시켰다. 우한의 한 스포츠센터를 개조한 이 병원에서 로봇은 병동 안을 돌아다니며 환자들에게 음식과 음료, 약품을 전달하고 병동 내부를 청소했다. 로봇 병동은 중국 베이징의 로봇업체인 클라우드마인드가 운영하고 통신은 중국이동통신이 지원하고 있다. 클라우드마인드의 빌 황 대표는 “이 병동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로봇만으로 운영되는 병동”이라며 “기술의 가능성과 인간과 로봇이 어떻게 같이 일할지 시험할 기회”라고 밝혔다.

자외선을 이용한 새로운 병실 소독 로봇도 등장했다. 덴마크 업체인 UVD 로봇은 병원에서 자외선으로 수술도구를 소독하는 데 착안해 자외선 빛을 비춰 병실을 소독하는 이동형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들은 지난달부터 중국으로 수출돼 수백대가 각지의 병원에서 자외선으로 병실을 소독하고 있다. 페르 율 닐센 대표는 “매주 다급한 요청을 받고 중국으로 로봇을 보내고 있다”며 “중국의 병원 2000곳에 로봇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로봇은 자율주행차에 적용된 레이저 장애물 탐지 기술과 내장 지도를 병실을 이동한다.
자외선으로 병실을 소독하는 로봇./UVD로봇
자외선으로 병실을 소독하는 로봇./UVD로봇

◇달탐사 로봇팔로 환자 검체 채취
코로나 감염 의심 환자를 가려내는 일도 로봇이 맡을 전망이다. 지금은 의료진이 환자의 코나 입에 면봉을 넣고 검체를 채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달 탐사 로봇과 우주정거장 로봇에 이용될 로봇팔 기술을 이용해 원격 환자 진단 로봇을 개발했다. 이미 한 대가 지난주 우한협화병원에 도착해 의료진이 시범 사용하고 있다. 로봇은 바퀴가 달린 몸통에 팔이 달린 형태로 환자의 입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고 초음파로 내부 장기 진단도 가능하다. 의료진은 로봇을 원격 조종할 수 있다. 양광종 교수는 앞서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발간 스펙트럼지 인터뷰에서 “중환자실의 로봇화도 의료진의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환자 회복율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광종 교수 등 석학들은 에볼라 사태 당시 제시된 로봇 활용 분야에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게기로 새로운 로봇 활용 분야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바로 노동의 지속성과 사회경제적 기능의 관리이다. 석학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장과 사무실, 학교가 문을 닫고 재택 근무와 학습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이들이 정상적인 업무를 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봇의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용 로봇에 적용된 원격 조종 기술과 로봇 아바타(분신)을 이용한 원격회의 등이 대표적이다. 격리된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대화를 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소셜 로봇도 중요하다고 석학들은 덧붙였다.

로봇은 산업 현장의 지루하고(dull) 더러우며(dirty) 위험한(dangerous) 작업 등 이른바 3D 분야에 먼저 적용됐다. 과학자들은 감염병과 싸우는 현장도 마찬가지로 3D 작업이 많다고 본다. 이 점에서 로봇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활용될 분야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된다. 하지만 석학들은 “과거 에볼라 사태처럼 지속가능한 투자가 이뤄지지 앟으면 역사가 되풀이돼 다음번 감염병 사태에도 당장 쓸 로봇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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