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주기로 살아왔는데…

입력 2020.03.26 04:01

[도쿄올림픽 연기 따른 선수들 반응]

오진혁 "시계추 1년전 되돌릴 것", 김연경 "예상했지만 당혹스러워"
진종오 "선수들 위해 잘한 선택", 전웅태 "차근차근 다시 준비할 것"

도쿄올림픽 1년 연기 소식을 25일 1면에 실은 일본 주요 일간지.
도쿄올림픽 1년 연기 소식을 25일 1면에 실은 일본 주요 일간지.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이 1년 정도 미뤄졌다. 그동안 7월 24일이란 D데이에 신체 시간을 맞춰온 선수들은 허탈하다. 미국 USA투데이는 "대학 학위 같은 노력도 뒤로 돌리고 4년 동안 시간과 정력을 바친 선수들에게 연기라는 현실은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미국 레슬링 국가대표 조던 바로스는 "우리는 4년 주기로 살아간다"며 올림픽에 대한 좌절감을 둘러 표현했다.

◇1년 늦춰진 마지막 도전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우승자인 오진혁(39)은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생각했는데, 그 시기가 좀 늦춰졌을 뿐"이라며 "2017년 의사로부터 은퇴 권고를 받고도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3년을 버텼는데, 1년 더 견딜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올 7월에 맞춰 몸을 거의 만들어서 다시 준비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시계추를 1년 전으로 다시 돌리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선수로선 불혹"이라 말하는 여자 배구 스타 김연경(32)은 올해 올림픽 예선에서 복근 부상 속에 '진통제 투혼'을 발휘했고, 소속 구단인 터키 엑자시바시로부터 연봉 삭감도 당했다. 그래도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에 모든 것을 걸었다. 터키에 머물고 있는 그는 소속사를 통해 "예상은 했지만 실제 연기 소식을 들으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김연경은 그러면서도 "다시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잘 버티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오진혁, 김연경, 전웅태
오진혁, 김연경, 전웅태
2008 베이징·2012 런던·2016 리우올림픽 등 3개 대회 권총 50m 금메달리스트인 사격 스타 진종오(41)도 "선수들을 위해선 잘한 선택"이라며 "내년에도 기량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6개의 메달을 수집, 양궁 김수녕과 함께 한국인 최다 올림픽 메달을 보유 중이다.

세계 최강인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 최고참 김정환(37)과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태권도 월드스타 이대훈(28), 레슬링 간판 김현우(32)도 1년 연기가 당혹스럽다.

◇허탈함과 다행스러움 교차

도쿄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노리는 한국 근대5종 간판 스타인 전웅태(25)는 25일 "헬스장도 가지 못하고 자가 격리를 하면서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전웅태는 동갑인 이지훈, 김세희(여자부)와 함께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올림픽 연기로 국내 태극 마크의 주인공을 놓고 계속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웅태는 "어차피 다 같은 여건이니 차근차근 다시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훈련 중단하는 진천선수촌 - 한국 국가대표의 요람 진천선수촌이 올림픽 연기로 훈련을 중단한다. 26~27일 퇴촌하는 선수·지도자들은 최대 5주간
훈련 중단하는 진천선수촌 - 한국 국가대표의 요람 진천선수촌이 올림픽 연기로 훈련을 중단한다. 26~27일 퇴촌하는 선수·지도자들은 최대 5주간 선수촌을 비운다. /오종찬 기자
한국 유도는 부상을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려던 선수들이 시간을 벌게 됐다. 현재 간판 스타인 안바울이 지난 2월 파리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했으나 대회 도중 갈비뼈를 다쳤고, 안창림도 목 디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강유정(무릎), 권유정(어깨) 등도 잔부상을 달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노리는 배드민턴 관계자는 "대표팀이 젊은 선수 주축이다. 서승재(23), 안세영(18) 등 남녀 유망주들이 더 경험을 쌓으면 메달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올림픽 연기됐어도… 훈련은 계속된다 -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최근 진천선수촌에서 재활 훈련을 하는 모습. 대표팀은 25일 도쿄올림픽 연기 소식을 들은 뒤에도 선수촌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대표팀은 26일 오후 3시 진천선수촌에서 나올 예정이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올림픽 일정이 나오면 그에 맞춰 훈련 계획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이후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올림픽에서 노 메달에 그친 대표팀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탈환하고자 절치부심해왔다. /대한핸드볼협회

한국 남자 수구는 지난 3월 진천선수촌을 나왔다.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한 아시아선수권이 2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려다 코로나 사태로 취소되면서 올림픽 도전 기회도 잃었다. 당시 국제수영연맹(FINA)은 2018 아시안게임 최종 순위로 예선을 대체하기로 해 당시 우승국인 카자흐스탄이 티켓을 땄다. 수구 대표팀 이승재 감독은 "아직 FINA로부터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지만 도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만큼 예선을 다시 치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