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 100년, 내가 사랑한 우리말] [25] 눈물

조선일보
  • 성우 배한성
입력 2020.03.26 03:50

[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성우 배한성

말모이 100년, 내가 사랑한 우리말
청승맞게 들릴지 몰라도 나는 눈물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감정을 이토록 구체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기능을 가진 우리 몸이 신기하기도 하고, 외화(外畵) 녹음을 할 때도 화면 속 배우의 눈물을 목소리만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흥미 있는 도전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내게 이렇게 의미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단어지만, 공부(?)해 본 적은 없었다. 프랑스 출신의 사위 마크가 그런 기회를 주기 전까지 말이다.

몇 년 전 둘째 딸과 전통 혼례를 올리기 위해 한국을 찾은 녀석을 숯불갈비 집에 데려갔다. 말이 통하지 않아 눈이 마주치면 그저 미소를 보여주는 걸로 사위와 소통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딸아이와 대화하던 마크가 크게 웃었다. 어렵게 들렸던 숯불갈비라는 말이 숯으로 지핀 불에 구운 갈비라서 그렇게 부른다는 설명이 재밌었던 모양이다.

성우 배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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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명사(名詞)를 단순히 조합해 태어난 우리말이 참 많다. 등, 목, 바닥 등을 더하면 손과 발의 구조를 다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눈물 역시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눈에서 나오는 물이라서 눈물이라니, 좀 밋밋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슬픔, 감동, 어떤 이유로든 눈물을 흘리고 나면 격했던 감정도 가라앉지 않던가. 이 눈의 물이 마음을 정화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며칠 후 전통 혼례복을 입고 선 딸아이와 마크를 본 순간 주책맞게 눈물이 났다. 하지만 눈가를 훔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두 명사를 그저 이어놓기만 한 이름, 눈물 속에 이토록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데 하객들이 좀 보면 어떻겠나 싶었다. 우리말은 무심한 듯 보였던 사람의 따스한 진심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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