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n번방 수사책임자 "조주빈에 집중, 다른 사안 넓히지 말라"

조선일보
입력 2020.03.26 03:05 | 수정 2020.03.26 03:09

검찰 내부 "손석희 수사말라는 것"… 이성윤 지검장 의중 반영설 돌아

검찰이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주범 조주빈이 언급한 손석희 JTBC 사장 등과 관련한 사기 범죄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향을 정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검찰 일각에서는 "범죄 혐의가 발견됐는데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날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n번방 사건' 관련해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김욱준 4차장검사는 이날 회의에서 "경찰에서 송치한 '박사' 조주빈의 성범죄에 집중하자. 이와 관련된 다른 사안으로 넓히지 말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손 사장 관련 사건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지 말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시민들 “n번방서 감방으로” - 25일 오전 조주빈을 태우고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는 호송 차가 서울 종로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다. ‘N번방에서 감방으로’ 손팻말을 든 시민들이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들 “n번방서 감방으로” - 25일 오전 조주빈을 태우고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는 호송 차가 서울 종로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다. ‘N번방에서 감방으로’ 손팻말을 든 시민들이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이 발언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김 차장검사가 언급한 '다른 사안'이 손 사장 등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텔레그램을 통해 성(性) 착취물을 유포한 'n번방' 운영자인 조씨는 흥신소 사장을 사칭하며 손 사장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손 사장은 JTBC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조씨가 조작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협박해왔고 증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손 사장의 해명이 납득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통상적인 공갈·협박 사건에서 약점이 없는 사람이 돈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협박 당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돈을 먼저 보낸 것도 의아하고, 돈을 보낸 이유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친(親)정권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박사 조씨와 손석희 사장 관련된 사안은 수사하지 말라'는 의중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반면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은 'n번방' 사건 관련 보고를 매일 하라고 일선에 지시하면서 묘한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대검 형사부장에게 관련 수사 상황을 매일 오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에 구성된 TF의 수사 상황도 대검 형사부장을 통해 윤 총장에게 실시간 보고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범죄의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윤 총장이 직접 사건을 꼼꼼히 챙겨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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