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소중한 '얼굴 보기'

조선일보
  • 전은경 월간 '디자인' 편집장
입력 2020.03.26 03:00

전은경 월간 '디자인' 편집장
전은경 월간 '디자인' 편집장
며칠 전에 월간 '디자인' 4월호 마감을 마쳤다. 그동안 200번이 넘는 마감을 할 때마다 그 나름의 고비가 있었지만, 이번엔 더 특별하고 초현실적인 분위기였다. 취재도 안 나가고 출장도 안 가고 행사도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일종의 자발적 격리 상태로 조용히 마감을 한 것이다.

올림픽을 비롯해 온 세상이 연기되고 있는데, 왜 마감은 그대로인가 투정도 약간 부렸지만 잠자코 하던 일을 계속했다. 메일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비대면 방식으로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느라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가장 많은 소식은 마스크에 관한 것이었다. 자체 살균해 재사용할 수 있는 것부터 안면 인식이 가능한 페이스 마스크도 나왔다.

전 세계 상황의 심각성을 의식하고 바이러스 확산에 맞서자는 구호를 비롯해, 사람들의 두려움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세태를 꼬집는 포스터도 많았다. 얼굴과 상반신을 가리는 방패막처럼 생겼는데, 높은 온도로 주변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제품도 등장했다. 체온이 높은 사람들을 찾아내는 일부터 방역, 배송까지 드론을 활용하는 중국의 사례도 눈에 띈다. 이들은 바이러스에 맞설 제품을 고안하고,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건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며, 혐오가 아니라 연대를 위한 방안을 찾아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일사일언 일러스트

요즘 아침마다 재난 문자 알림에 깜짝 놀라 깨는 일이 잦다. 또 공공 시설 등을 이용할 때면 다양한 방법으로 바이러스의 위험을 각성하게 된다. 모두 필요한 조치이긴 한데, 아쉬운 것은 매일매일 재난에 처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주입식 안전 행동 강령이 막연한 공포심을 더한다는 점이다. 경각심을 갖게 하되 필요 이상의 공포는 방지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없을까? 타인을 잠재적 바이러스 보균자로 취급하게 되는 관계의 상처는 어떤 식으로 회복해야 할까? 이제는 소중한 대면을 회복할 방법도 필요해졌다. 정말로 안 만나도 그만인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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