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송치된 날도… "용돈 필요해?" 그놈들이 다가왔다

조선일보
입력 2020.03.26 01:38 | 수정 2020.04.21 13:44

미성년자 노리는 익명 채팅앱… 접속하자마자 쪽지 쇄도
"n번방 때문에 무섭다" 하자 "난 박사 아닌 학사" 웃어넘겨
성인 커뮤니티선 여전히 음란 동영상 공유 대화방 활개

"옷 위로 상체 터치만 할 테니 키스 알바 해볼래? 1시간 하면 5만원 줄게."

기자가 랜덤 채팅에서 미성년자인 '19세'라고 밝혔는데도 받은 쪽지였다.

10만명 이상 다운받은 한 랜덤 채팅 앱 '앙팅즐팅'에 24일 접속했다. 이 앱을 이용하면 현재 자신이 있는 곳 주변의 다른 이용자와 가명으로 채팅할 수 있다. 기자가 프로필에 사진을 걸지 않고 성별(여성)과 '심심해요'라는 소개글 한마디만 적어 등록했다. 연령은 앱에서 설정 가능한 하한(下限)인 '20세'로 했다.

1분 만에 인터넷 쪽지 6통이 도착했다. 전부가 "용돈 필요하면 나를 이용하라" "25만원" 등 조건 만남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의 초청을 하나씩 수락해 채팅을 해봤다. 첫 상대에게 "사실은 19세"라고 했지만, "경험 있냐" "자위해 봤냐"는 답이 돌아왔다.

"가슴과 엉덩이가 큰 여성이 좋다"며 신체 정보와 사진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다짜고짜 "폰섹스를 위해 라인(네이버 채팅 앱)을 깔라"는 이용자도 있었다. "만남 안 한다"며 제안을 거절해도 20여분간 5통을 보내며 "궁금하지 않냐"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신청하거나 "애무하면 좋을 거다"라며 3시간마다 한 번씩 쪽지를 보낸 이용자도 있었다. 직접 채팅했던 21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건 만남이 목적이었다.

모습 드러낸 ‘박사’ 취재 열기 - 여성들을 협박해 성(性)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종로경찰서 정문 밖에서는 100여명이 모여 “법정최고형을 구형하라” “공범자도 처벌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모습 드러낸 ‘박사’ 취재 열기 - 여성들을 협박해 성(性)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종로경찰서 정문 밖에서는 100여명이 모여 “법정최고형을 구형하라” “공범자도 처벌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오종찬 기자
이 모든 상황이 이날 오후 3시 이후에 벌어졌다. 경찰이 성(性) 착취범 조주빈(25·구속)씨 얼굴을 공개한 직후였다. 언론과 경찰은 조씨 얼굴 공개를 통해 사회가 경각심을 갖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온라인에서는 채팅 앱·텔레그램·커뮤니티 등 다양한 경로로 여전히 미성년자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미성년자 성매매자들에게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도 웃음거리에 불과했다. 기자가 "n번방 때문에 무섭다"고 하자 한 남성은 "나는 박사 아니고 학사"라며 눙치고 넘기기도 했다. 'n번방 사건'에 대해 묻자 "저는 그냥 사람 아니고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대화를 이어나가려 하기도 했다. 오히려 "그럼(무서우면) 애무나 구강성교도 어렵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랜덤 채팅 앱은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범행의 74.3%가 대화 앱 등으로 아동·청소년을 유인해 이뤄졌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알선 범죄 91.4%도 메신저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행해졌다는 결과도 있다. 구글 앱스토어 국내판은 만 16~18세 이상만 랜덤 채팅 앱을 이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입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그런 규제는 별다른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미국에서 접속하는 것처럼 우회하는 방법이 있고, 부모 스마트폰을 이용해 성인 인증을 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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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철원

각종 성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전히 영상 공유를 원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같은 날 '박사방 자료와 n번방 레어 (자료를) 교환 원한다'고 글을 올린 회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회원은 또 다른 보안 메신저인 '위커'를 사용했다. 대화를 시도하자 "○○녀 '오프' 있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오프'란 실제 성폭행 영상을 뜻한다. 피해 여성의 실명(實名)을 줄줄이 언급하며 '나는 ▲▲▲ 영상이 있고, ×××의 영상과 교환을 원한다'고 했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박사가 성 착취를 한 피해 여성의 주민등록증 사진까지 그대로 돌아다녔다.

n번방 무대였던 텔레그램도 달라진 건 없었다. n번방 호객꾼이 운영하던 '와치맨 고담방(AV-WATCHMEN 고담방)'은 와치맨이 잡혀간 이날 오후에도 1995명이 참가하고 있었다. 이 방은 25일 새벽 폐쇄됐다. 또 다른 채팅방에는 '로리(아동) 영상 공유 원하면 개인 메시지를 보내라'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계정 삭제와 생성이 수월한 트위터는 '#박사방' '#박사 영상'을 내걸고 짧은 음란 영상을 태그한다. 트위터 ID 'eboki121'은 n번방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동영상을 올려 손님을 모으고 텔레그램 채널 주소를 주는 방식으로 장사 중이었다.

여성들은 'n번방 영상 유포 계정 신고팀' 만들기에 나섰다. 트위터 ID 'Digital CrimeKRS'는 지난 21일부터 만 19세 이상 여성 지원서를 받고, 성 착취물 계정을 발견할 때마다 트위터 게시물에 계정 ID를 올리며 신고 요청을 하고 있다. 25일 오후 9시에는 글로벌 텔레그램 본사에 수사 협조를 촉구하는 이른바 '탈퇴 총공'도 벌어졌다. 텔레그램 탈퇴와 가입을 반복하며, 탈퇴 사유에 'Nth room-We need your cooperation(n번방-당신의 협조가 필요하다)'을 적어 내는 것이다. 탈퇴 사유를 확인해볼 텔레그램 본사를 상대로 문제를 알리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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