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대는 부모 정치성향 물려받는데 한국의 10대는 부모와 다른 성향 보여

조선일보
  •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입력 2020.03.26 03:00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21대 총선에 처음 참여하는 '만 18세' 유권자가 어떤 정치 성향을 보일지 관심이 높다. 선거 연령을 18세로 내리면 진보 정당에 유리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에 126명이 찬성했고 단 한 명의 반대나 기권도 없었다. 정의당도 6명 전원이 찬성했다.

외국의 연구 자료에서도 10대 유권자는 진보 정당 지지층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1963년 미시간대학 정치학과의 캠벨과 컨버스 교수 연구팀은 '아메리칸 보터(The American Voter)'란 저서에서 "유권자들의 지지 정당 선택이 상당히 이른 나이에 형성되며 부모의 지지 정당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퓨리서치 등 미국의 조사 자료에서도 Z세대(10대 후반~20대 초반)는 부모인 X세대(40~50대 초반)의 정치 성향을 상당 부분 '상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10대 유권자, 즉 18~19세의 부모인 40대는 가장 진보적인 세대다. 10대 유권자가 '아메리칸 보터'와 같이 행동한다면 진보적이고 여당 지지 성향이 강한 세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갤럽 자료에 따르면 이런 예측은 빗나가고 있다. 10대 유권자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31%로 부모 세대인 40대(57%)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한 가지 설명은 '세대 효과(Cohort Effect)' 가설이다. '세대 효과'는 특정한 시기에 태어난 세대가 공유하는 경험에 따라 유사한 정치 성향을 습득하고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 민주화를 경험한 80~90년대 학번은 다른 연령대보다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보인다. 미국에도 우리의 강남좌파에 해당하는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 같은 개념이 있다. 한창 반전 분위기가 고조됐던 60~70년대 대학을 다닌 히피 세대가 기득권층이 되어서도 매우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현상이다. 어쩌면 한국 유권자들의 세대 간 정치의식 차이가 매우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십 년간 어느 나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고속 성장을 거듭한 한국 사회에서는 불과 다섯 살 차이도 완전히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자란 세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령 효과(Age Effects)'도 고려해야 한다. 10대 유권자는 정치에 무관심한 연령층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 지지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3%로 30대 이상 연령층의 5배 이상에 달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10대 유권자의 성향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자기 이익에 기반한 투표를 하게 되면 10대 유권자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갤럽 자료에서 20대 후반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30~40대와 별 차이가 없는 48%였다. 결국 18~19세도 점차 '선배들'과 비슷한 성향이 되어 갈 것이란 가설이 성립 가능하다.

만약 18~19세 유권자의 낮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세대 효과'라면 역설적이다. 경제 성장의 최대 수혜자인 부모 세대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세대가 된 반면, 그 밑에서 자란 10대 유권자는 성장이 둔화된 한국 경제의 어려움으로 다시 보수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은 '연령 효과'와 '세대 효과'의 중간 어디쯤에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대의민주주의에 처음 참여하는 10대 유권자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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