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카톡만 3000통...'깨발랄 찬또'요? 경상도 상남자랍니다

입력 2020.03.25 20:07 | 수정 2020.03.25 22:08

최보윤 기자의 트롯맨열전 스페셜(3) 이찬원
미스터트롯 예심 전날 재입대하는 꿈꿔
'트롯신동'으로 나온 과거 방송 민망해 못봐
단짝 황윤성 준결승 탈락때 부둥켜안고 울어
김성주 같은 명MC도 돼보고 싶어

6개월 전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사전 오디션장에 나선 대학생 이찬원. 옆머리를 짧게 친 투블럭 댄디컷에 ‘진또배기’ 경연때 꺼내 입었을 남색 줄무늬 슈트로 ‘나름’ 깔끔하게 멋을 낸 그가 성대모사 개인기를 보여준다며 “여기도 맛집 저기도 맛집~ 눈물샘 콸콸콸!”을 외쳤을 때, 그때는 예상이나 했을까. 여기는 ‘목소리’ 맛집, 저기는 ‘귀여움’ 맛집인 ‘찬또배기’ 매력을 경연 내내 콸콸콸 쏟아낼 것을.
“예심 전날 재입대하는 꿈을 꿨다”며 긴장감이 역력했던 그는, 경연에 돌입하자 주체할 수 없이 ‘콸콸콸’ 넘쳐흐르는 끼와 재능으로 스타 탄생에 목말라 있던 트로트판을 단번에 뒤집어놨다. “기억을 더듬기 힘들 정도로 어릴 때부터 트로트에 빠져 살았지요. 트로트의 무엇이, 왜 저를 사로잡았느냐가 아니라 그냥 사랑에 빠지듯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들었어요.”


결승전 '18세 순이'를 열창하고 있는 이찬원/TV조선
결승전 '18세 순이'를 열창하고 있는 이찬원/TV조선


◇축하 카톡 3000통…만나면 빠져들게 하는 ‘핵인싸’ 인생
미(美)의 자리에 오른 뒤 그에게 수천 통의 전화와 문자·카톡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했다. 며칠을 내리 읽어도 못 읽은 것만 3000통이 넘을 정도. 트로트 외길인생이지만 일단 한번 만나면 ‘친구’로 만들며 ‘핵인싸’로 자란 그의 친화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찬원은 기자를 보자마자 휴대전화 사진 갤러리를 뒤적였다. “기자 선생님께서 써주신 제 기사, 이렇게 스크린샷 찍어놓은 것도 있습니다. 이게 언제냐. 3월 1일 오후 2시 21분이네요. 저는 기록하는 거 좋아하고, 팬 댓글도 다 보고, 좋은 거 이렇게 저장도 해놓고. 모두 다 기억합니다. 제가 찬또위키라서, 하하하!”
‘진또배기’ 원곡자인 고(故) 이성우 가수의 조카가 ‘감사하다’고 남긴 댓글부터 수 많은 댓글을 저장했다. 일일이 답을 달진 못해도 마음 속에 감사함을 담아둔다 했다. 트로트뿐 아니라 백과사전급 기억력이 ‘핵인싸력’ 가득한 이찬원의 원천이자 무기다.
지난해 초 그에게 ‘최우수상’을 안긴 전국노래자랑 경북 상주편으로 돌아가보자. “우리 찬원이 노래하는 거 할머니가 꼭 보고 싶다”는 외할머니 당부에 따라 대구에서 외가가 있는 상주까지 달려가 접수하려 마음 먹었을 때다. 대구에서 학생회 일 등 몰입해서 일을 처리하다 후다닥 정리하고 차를 몰고 달리니 3시 마감 예정 5분 전 도착. 하지만 이미 접수 마감이 끝난 상태였단다. “바로 상주시청 문화공보과에 연락해서 제발 접수 받아달라고 했지요. 처음엔 절대 안 된다고 하시더니 결국 과장님께 승낙받았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됐지요.” 과장님은 물론 외할머니 동네 이장님까지 그의 열성팬이 됐다. “미스터트롯에서 정말 잘하고 있다며, 동네에 플래카드 걸린 거 이장님이 사진 찍어서 얼마전에 저한테 보내주셨어요. ‘전해진 여사의 외손자 트롯 신동 이찬원’. 우하하!”
어린 시절 ‘트로트 신동’으로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정작 그는 “민망해서 못본다”고 했다. “KBS 전국노래자랑에 제가 나온 부분만 모듬으로 만드신 게 있던데, 유튜브 300만뷰가 넘는다 하더라고요. 전 한 번도 안 봤습니다. 잠깐 켰다가 보자마자 바로 껐습니다. 어렸을 땐 천방지축, 뭣도 모르고. 너무 오글거려서 못 보겠더라고요.”
‘깨발랄’ 이찬원에서 ‘수줍미’ 가득한 그로 변한 건 군대에서 배운 ‘차분함’ 덕분. “사실 지금도 사석에서는 별로 얌전하진 않아요.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어린 시절부터 학생회에서 반장 부반장 회장 부회장 해오고 그랬어서. 군 생활 하면서 제가 좀 침착해지고, 정말 사회생활의 많은 것들, 인간관계 배웠지요. 지금도 대대장님이랑 중대장님이 연락주시는데, 미스터트롯 열성 팬이시라면서 아낌없이 응원해주시고, 심지어 제 팬클럽에도 가입해주셨어요. 이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은 꼭 나갔으면 좋겠어요. 경연하러 서울 올라왔을 때 돈 한 푼 안받으며 ‘함께 지내자’고 했던 룸메이트도 제 군대 동기고….”
그랬던 그였기에 경연 중 동료들과의 이별은 누구보다 참기 힘들었다. “경연 중 ‘이 노래를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건 결승곡이었던 ‘18세 순이’요. 왜냐면, 결승에선 7등하더라도 떨어진다는 게 없잖아요. 하차라는 게 없었으니 부담감이 줄었으니까요. 헤어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전 무대 주어지는 게 너무 황홀하고 행복한데, 그 무대가 저 혹은 다른 분에게도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쥐띠 트롯맨’ 단짝인 황윤성이 준결승에서 떨어졌을 때 충격이 컸다. “많이 울었어요. 그때 (촬영장인) 영종도가 엄청 추웠는데요. 1라운드 끝나고 바닷바람이 세차게 부는 그 추운 화장실로 가서 ‘우리 둘이 손잡고 결승 가자. (쥐띠 트롯맨 친구) 옥진욱 몫까지 해보자’며 많이 울었어요. 전 2라운드 좋은 결과 있어서 괜찮았는데 윤성이를 더는 같이 못 보니 또 부둥켜안고 울고…. 앞으로 콘서트도 같이할 거지만, 그 땐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뽀또(뽀뽀+찬또)·하트봇(bot)…애교도 콸콸콸 쏟아내는 ‘경상도 상남자’
사근사근 속닥일 것 같은 야무진 입매에 뽀얀 얼굴은, 쓰러진 소도 벌떡 일으킬 만큼 화통하게 터져나오는 목소리와 극적으로 대비되며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콘트라스트(대조) 미학’의 표본이 된다. 비범한 보통사람. 전문가의 손길에 맞춰 빈틈없이 잘 다듬어 만들어지는 게 이전까지의 공식이었다면, 마냥 평범하게만 보이는 이찬원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 별이 됐다.
“제가 트로트 외길인생이라 했잖아요. 아이들이 도통 관심 없었던 트로트만 파면서도, 혼자란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언제나 든든한 아버지가 함께였으니까요. 어릴때부터 아버지 차를 타고 가면 항상 조수석엔 엄마 대신 제가 앉아 아버지와 함께 차가 떠나가도록 원없이 불렀어요. 요즘엔 제가 운전하고 아버지가 조수석에 앉으시는데, 뒷자리의 엄마와 동생은 ‘그 입 좀 다물어’ 하더니, 경연 기간동안엔 매일 전화하셔서 노래 불러달라 했어요.”
군대 생활을 제외하고 부모님과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것도 처음. 이찬원은 “방송 중간에 고향 촬영을 위해 제작진과 대구에 내려갔는데 그날 ‘코로나’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도착하자마자 철수하고 올라왔다”고 했다.
“사실 아버지가 가수를 꿈꾸셨거든요. 그게 잘 안돼서 가수에 대한 반대가 심하셨지요. 둘째 큰아버지도 배우로 잠깐 활동하셨어요. 이민근 배우라고 20년 전에 돌아가시긴 했는데 활동하시다 잘 안되셔서, 그런 가족 이력이 있다 보니 굉장히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제가 정말 글씨부터 말투, 모든 게 ‘아버지=이찬원’이거든요.”
결승에서 '딱풀'을 열창하는 이찬원/TV조선
결승에서 '딱풀'을 열창하는 이찬원/TV조선

경연 중 아버지가 골라준 ‘진또배기’ 등 노래를 부르고, 결승 인생곡으로 ‘18세 순이’를 고르면서 아버지의 조언을 들었던 것도 ‘아버지와 함께 하는 24년 트로트 외길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다. 전화를 걸며 “아빠 뭐해용”이란 애교를 쏟아낸 것도 평소의 이찬원 그대로다. “12지 60갑자라고 하잖아요. 제가 아버지와 12지가 세 번 돌아요. 저 쥐띠, 아버지 쥐띠, 어머니 쥐띠. 그러니까 아버지 어머니가 12살 차이 띠동갑이신 거죠. 아버지가 잘못하셨지요. 음하하하하! 제가 친가에선 막내급이고 외가에선 제일 큰 손자예요. 덕분에 귀여움을 참 많이 받고 자랐지요. 외할머니 사랑도 대단했는데, 마흔일곱이실 때 제가 태어났거든요. 정말 첫 정을 많이 주셨어요. 정말 가족끼리 사랑 주는 건 당연하다지만 저는 정말 모두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자부합니다. 애교 장인이요? 저 이래봬도 경상도 상남자예요.”
넘치는 내리 사랑이 친구들에게 보내는 ‘하트’의 원천이라 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트롯맨’ 친구들과 이야기할때 ‘하트’를 잔뜩 붙이는 것도,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쥐띠 트롯맨(쥐띠즈)’ 멤버 옥진욱에게 ‘지눅지눅’이라 부르며 넘치는 애교를 보이는 것도, 친구들과 사진 찍으며 뽀뽀하는 듯한 포즈로 ‘뽀또’란 별명을 만들어낸 것도 그에겐 새삼스럽지 않은 일. 다만 그의 아이디인 ‘미운 사내’ 대신 ‘쉬운 사내’라는 애칭을 얻은 건 덤이다.

◇김성주 MC 존경…방송도 많이 해보고파
‘진또배기’ 이후 생긴 ‘찬또’라는 애칭을 따 팬들 사이에서 ‘웅또’(임영웅, 이찬원) ‘호또동’(김호중, 이찬원, 정동원) 등 각종 ‘또’ 시리즈를 만들어내며 그들의 우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 중심축으로, 사람 좋아하고 성격 좋기로 유명한 이찬원은 마지막 결승 ‘딱풀’ 무대에서 ‘쥐띠 트롯맨’의 일원이자 안무가인 조영서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이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스터트롯의 맛'에서 춤솜씨를 과시하는 이찬원/TV조선
'미스터트롯의 맛'에서 춤솜씨를 과시하는 이찬원/TV조선




“제 모든 안무를 다해줬던 친구인데 정말 고생 많이 했지요. 또 안무 선생님들 감사해서 선물도 많이 해 드렸어요. 신발이랑 옷 해 드렸어요. 저를 위해서는 안 사냐고요? 제가 옷에 정말 관심이 없어서. 속옷 빼고는 다 (받거나 대충 입거나) 저는 패션에 대한 고집이 아니라, 사고가 없어서. 아하하하하!” 본인은 패션에 관심이 없다지만 패션계에선 다르다. 조금만 손대면 확 달라질 ‘원석’이라는 평가. 때문에 협찬 제의도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트로트 외길인생’이라 말했지만 그가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또다른 꿈이 있다. 무대를 휘어잡는 방송 진행자. 그가 중3때 교지에 쓴 글을 보자. “어릴 적 ‘스타킹’에 출연하면서 MC라는 직업이 방송 전체를 이끌어 가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뒤로 MC가 장래 희망이다. TV를 보며 혼자 질문과 답을 해보며 진행 연습도 많이해봤다.”
결승 투표 집계가 미뤄지고 이틀 뒤 다시 선 생방송 무대에서 진·선·미가 결정된 그날, 김성주 MC를 향해 “결승전 생방송 때 김성주 선배님을 왜 ‘명MC’라 부르는지를 새삼 알게 됐다. 김성주 선배님께 뜨거운 박수 부탁드린다"는 것도 평소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이 절로 우러나온 것이라 했다. 카카오 라이브 생방송을 통해 메인 MC를 맡은 영탁의 진행 흐름에 능수능란하게 치고빠지며 ‘국민 보엠(보조 엠씨)’이란 애칭도 얻었다.
“김성주 MC님 존경하지요. 예능을 정말 좋아해서 저도 기회가 된다면 방송도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미스터트롯을 통해 존경하고, 배우고 싶고, 감사하고픈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찬원식 흥’으로 모든 분들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이찬원 싸인
이찬원 싸인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