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이낙연 對 황교안’ 누가 승자일까

입력 2020.03.25 18:21


요즘 주변 분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총선,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내 대답은, 제가 그걸 알면 여기 이러고 있겠습니까? 이다. 허탈하게 웃고 만다. 현장을 뛰는 기자들도 나무만 보고 숲을 놓칠 경우가 많고, 더구나 여론조사 결과는 여론조사 회사 임원들도 잘 안 믿는 눈치다.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네가 잘해서 이기는 정당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자멸(自滅)하는 정당과 후보는 나올 것이다." "선거는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알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장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짜다."

자, 지금부터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얘기만 해야 한다. 다만 국민들은 전체적인 여야 승부 못지않게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구를 궁금해 한다. 종로에서 맞붙은 ‘이낙연 대 황교안’, ‘두 전직 총리의 외나무다리 승부’, ‘두 대선 주자들끼리의 한판 대결’, ‘종로 목장(牧場)의 대결투’, 뭐라 불러도 좋다, 두 사람 중 누가 승자일까.

일단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지난 2월17일~18일 jtbc 의뢰 리얼미터 조사는 이낙연 54.7%, 황교안 37.2%다. 격차가 무려 17.5%p다. (도표1). 지난 3월10일,11일 이틀간 중앙일보 의뢰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이낙연 50.5%, 황교안 30.2%다. 격차는 더 벌어져서 20.3%p다. 동아일보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3월15일 조사한 결과는 이낙연 55.3%, 황교안 30.6%다. 격차는 조금 더 벌어져서 24.7% 포인트다.(도표2) 두 사람의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큰 변수가 없는 한 이낙연 후보가 서울 종로구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고 장담해도 좋은가. 이낙연 후보에게 엄청난 개인 비리나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그의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봐도 좋을까.

우리는 여기서 아무런 선입견 없이 단순히 시곗바늘을 4년 전으로 돌려보자. 그때 20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2016년 2월15일 여론조사 발표 지지율에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 40.0%,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 35.6%였다. 격차는 4.4%p였다. 한 달쯤 뒤인 2016년 3월17일 지지율 조사에서 오세훈 후보 46.4%, 정세균 후보 36.9%였다. 격차는 9.5%p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나흘 뒤 3월21일 발표된 조사에서 오세훈은 45.1%, 정세균은 32.6%로 격차는 또 벌어져서 12.5%p로 멀찍이 떨어지게 됐다. 다시 이틀 뒤 여론조사 결과가 그해 3월23일 나왔는데,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 45.8%,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 28.5%였다. 지지율이 무려 17.3%p였다. 선거는 불과 3주쯤 남았을 때였다. 말하자면 "알고 보니 오세훈 후보가 흉악범이었다"거나, "알고 보니 수백 억 때 탈세범이었다"거나 하는 천지가 뒤바뀌는 악재가 없는 한 오세훈의 당선은 확실한 것 같았다.

여론조사로만 놓고 본다면, 4년 전 ‘오세훈 대 정세균 대결’은 지금의 ‘이낙연 대 황교안 대결’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다. 양쪽 격차가 선거 상식으로는 도저히 역전(逆轉) 불가능하다는 20%p 안팎까지 벌어져 있다는 점이 그렇다. 또 하나는 그 격차가 갈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그렇다.

4년 전 서울 종로구에서 오세훈은 정세균을 17.3%p 차이로 앞서고 있었는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는 어땠을까. 오세훈 39.7%, 정세균 52.6%로 정세균 당선이었다. 정세균 후보가 무려 12.9%p 차이로 크게 역전 드라마를 쓴 것이다. 단순 산술 계산으로 여론조사 격차 17.3에 투표함 격차 12.9를 더하면, 30.2%p 차이가 난다. 여론조사는 30.2%p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그만큼 엉터리 중에 엉터리였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4년 뒤인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황교안 후보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또 한 번 "종로구의 기적"이 이뤄져서 황교안 후보가 화려한 역전승을 거두는 감동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낙연 후보가 지금 여론조사대로 황교안 후보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 것인가.
조선일보의 독자서비스센터로 걸려오는 많은 전화, 그리고 이 유튜브 방송에 달리는 애청자분들의 댓글 중 상당수는 여론조사에 대한 전면적인 의혹이나 고발을 쏟아내는 경우가 정말 많다. 말 그대로 "빗발친다"는 표현이 실감 날 정도다. 그 중에도 "여론조사라는 전화가 와서 이쪽 나이를 말하고 지지정당을 말하면 저쪽에서 아무 말 없이 끊어 버린다"는 항의가 많았다. 또 어떤 분들은 ‘개표 조작’, ‘선거 조작’을 걱정하기도 한다. "사전 투표를 절대로 하지 말라"고 주변에 당부하는가 하면, "선거 조작이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한분 한분이 모두 ‘선거 박사님’들이다. 여의도의 정치9단들보다 훨씬 윗길이시다. 그 분들은 대개 "역시 국회의원 선거는 인물을 보고 뽑아야 한다"는 ‘인물론’을 펴시기도 한다. 어떤 분은 "정책을 보고 뽑아야 한다"면서, 개별 후보들이 내세운 지역 발전 공약을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저는 ‘인물론’도 좋고, ‘정책론’도 좋지만, 그래도 총선은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정당을 보고 찍을 수밖에 없다는 쪽이다. 국회란, 입법부란 결국 법률을 만드는 곳이다. 이때 ‘인물론’이나 ‘정책론’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리고 무력한지 지난번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설치 때 온 국민이 뚜렷하게 경험하지 않았는가. 오늘의 결론은 총선이란 결국 정당을 보고 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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