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원 보름간 닫으라는데… 90% 문열어

입력 2020.03.25 03:00

학원들 "자발적으로 휴원했는데 정부한테 뒤통수 맞은 셈" 반발
市, 계속 운영하는 학원 방역 점검… 위반땐 강제로 문 닫게 하기로

서울 지역 학원·교습소 휴원율 추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운영 제한 시설에 학원을 포함하기로 하자, 학원계가 "이대로 망하라는 말이냐"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원들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손실을 감수하고 휴원에 동참했는데, 결국 운영 제한 대상이 됐다"며 휴원 거부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상당수 학원은 이미 문을 연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3일 기준 서울의 학원 2만5231곳 가운데 휴원 중인 학원은 2839곳(11%)에 불과하다. 열흘 전 42%(3월 13일)에서 무려 31%포인트가 낮아진 것으로, 서울 학원 10곳 중 9곳이 문을 열었다.

교육부와 지자체가 운영 중단을 권고하고 행정명령과 구상권 청구 등을 예고하고 있지만, 학원들은 임차료와 인건비 때문에 더 이상은 문을 닫고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휴원 학원을 위해 내놓은 대출 지원 등은 직원 5인 미만인 10만여개 학원(교습소 포함)에만 적용되고, 이보다 규모가 큰 2만1000개 정도의 학원에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그동안 정부 권고에 성실하게 따랐지만 일방적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다"며 "학원에 대한 운영 중단 요구를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경기·인천 "학원도 운영 제한"

교육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휴원 권고에 따르지 않는 학원을 대상으로 지자체와 방역 점검을 벌이겠다"며 "방역 지침을 위반한 학원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강제로 문을 닫게 하는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1일 정부가 종교시설,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에 15일간 운영 중단을 권고하면서 밝힌 제재 등을 학원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전라북도가 학원을 운영 제한 시설에 포함하고 방역 점검을 벌이고 있다. 이날 교육부가 밝힌 '학원 내 코로나 예방 관리 지침'에 따르면, 수업 때 수강생 간격을 1~2m 이상 유지해야 하고, 주 1~2회 이상 전문 방역 소독을 해야 한다. 모든 수강생과 강사, 직원의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했다. 또 이들의 체온과 호흡기 증상을 학원이 하루 2회 이상 확인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방역지침을 위반한 학원이 문을 닫으라는 지자체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벌금 300만원이 부과된다"고 했다. 또 확진자 발생 때 들어간 입원·치료·방역비 등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학원들 "2m 간격 불가능한 요구" 반발

학원들은 이 같은 지침에 대해 "학원 교실에서 2m 간격을 둘 수 있느냐"며 크게 반발했다. 간격을 두려면 수강 인원을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해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학원총연합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정부와 지자체의 운영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25일 밝히기로 했다.

학원연합회 관계자는 "그동안 학원들이 휴원 권고를 따른 것을 고려해줄 것으로 믿었는데 정부가 뒤통수를 쳤다"며 "학원이 왜 운영 제한 시설로 지정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제한 사항을 수십 가지 담은 방역 지침을 들이대고 '자신 없으면 문 닫으라'고 하는 강제 휴원과 다름없다"고 했다.

미술·음악 등 실기 학원 가운데 일부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미술학원 원장은 "문을 열어도 학생들이 안 오는데 5주간 휴원하느니 폐업하겠다"고 했다. 대학 입시 전문 대형 학원들도 더 이상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000여명 규모의 한 학원 관계자는 "휴원했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는데 다시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대형 학원일수록 손실 규모가 커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