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전쟁서도, 원전이 '만능 전력'

입력 2020.03.25 03:00

[Close-up] 위기 상황에서 재조명 받는 원전
- 확실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매일 연료 투입하는 석탄 발전, 전염병 확산땐 연료공급에 차질
원전은 연료 교체주기가 18개월… 기술자들 오염대처 능력도 갖춰
- 탈원전했던 일본, 원전 가동 늘려
오래 쓴 원전수명 60년까지 연장… 설비·부품 노후화 연구도 착수
美·英도 "원전 더 오래 쓰겠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원전(原電)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티 비롤 IEA(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23일 비즈니스 소셜 미디어 '링크트인'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 사태로 수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고 집에서 온라인 쇼핑, 실시간 동영상 시청을 즐기는데 이 모든 행위는 결국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가능하다"며 "위기 상황엔 다양한 전력 옵션을 열어둬야 하는데 확실한 전력 공급원(源)인 원전은 그중 하나"라고 썼다. 그는 산소호흡기를 포함해 감염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 장비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안정적인 전력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60년까지 수명 연장한 일본 원전 4기
◇코로나 위기서 가장 효과적인 원전

원전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과학 칼럼니스트 제임스 콘카는 24일 포브스지 기고에서 "코로나 같은 위기는 전력 생산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예컨대 매일 엄청난 양의 연료를 투입해야 하는 석탄 발전은 전염병 확산으로 연료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원전은 가장 안전하고, '재난을 염두엔 둔(disaster-minded)'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량의 원료로 큰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전은 연료를 자주 교체할 필요가 없다"며 "고도로 훈련된 원전 기술자들이 어떤 종류의 오염에도 잘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석탄 발전은 물류가 멈추면 연료 공급이 안 돼 발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핵연료인 우라늄 1㎏의 열량을 내려면 석탄은 15만t, 석유는 10만5000t이 필요하다. 원전은 연료 교체 주기가 18개월에 달해, 한 번 핵연료를 주입하면 1년 반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반면 석탄화력발전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은 실시간으로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내 석탄화력발전사 등에 따르면, 핵연료는 현재 주입한 연료 외에 약 1년치를 비축하고 있고, 석탄은 14일치 정도를 비축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약 한 달분의 LNG를 비축하고 있다.

◇日 원전 4기 60년까지 수명 연장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60년까지 계속 운전을 승인한 다카하마 원전 1·2호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60년까지 계속 운전을 승인한 다카하마 원전 1·2호기. 이 원전들은 1974~1975년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뒤 모든 원전의 가동을 전면 중단, 원전 '제로(0)'를 선언하며 전 세계적으로 탈(脫)원전 바람을 일으켰던 일본도 전력 부족과 폭등하는 전기료 부담으로 원전 가동을 늘리고 있다. 가동을 멈췄던 원전을 속속 재가동하고 있으며,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의 수명도 60년까지 연장하고 있다. 일본에선 현재 다카하마 3호기 등 원전 9기가 재가동 승인을 받아 운영 중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는 지난달 2011년 쓰나미 피해가 발생한 오나가와 원전 2호기의 재가동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2016년부터는 다카하마 1·2호기, 미하마 3호기, 도카이 2호기 등 4기의 수명을 60년까지 연장했다. 이 원전들은 모두 1974~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원전으로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가 지난해 말 조기 폐쇄가 결정된 월성 1호기보다 오래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 원자력규제청이 2020년대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증가함에 따라 계속 운전 신청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심사에 대비해 원전의 설비·부품 등의 건전성 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후 원전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연구는 향후 5년간 진행될 예정이며, 올해 예산안에 우선 10억엔(약 110억원)을 배정했다. 일본에선 개정된 원자력규제법에 따라 원전은 40년간 가동할 수 있고,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면 20년간 연장이 가능토록 했다. 일본에서 2030년까지 가동 40년을 맞는 원전은 모두 11기에 달한다.

◇미국은 80년까지 연장, 영국도 수명 연장 평가 시작

전문가들은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가동하는 것이 신규 원전을 건설하거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지난 6일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피치 보텀 원전 2·3호기의 가동 연한을 20년 추가 연장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로써 지난 1974년 상업 운전에 돌입했던 이 원전들은 2054년까지 수명이 총 80년으로 연장됐다.

원전 종주국인 영국에서도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동남부 서퍽(Suffolk)에 위치한 시즈웰 B 원전의 수명을 20년 연장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시즈웰 B 원전 운영사인 프랑스 EDF는 원전 수명을 2055년까지 20년 연장하기 위해 원전 부품 등에 대한 평가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즈웰 B 원전은 지난 1995년 2월 14일 첫 상업 운전을 시작, 당초 40년 운영 허가를 받아 22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해 왔다. 영국 지역신문인 이스턴 앵글리안은 "화석연료의 빠른 고갈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탓에 원전이 그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는 노후원전 계속 살리는데… 한국, 원전 수명연장 아무런 준비도 안해]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면서 기후변화에도 대응하기 위해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세계 각국이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같은 세계적 흐름에 정반대로 가고 있다. 7000억원을 들여 전면 보수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을 뿐 아니라, 설계 수명 만료가 다가오고 있는데도 계속 운전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원전은 단 한 기도 없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월성 2·3·4호기, 한울 1·2호기 등 모두 10기다. 특히 고리 2·3·4호기와 한빛 1호기 등 4기는 2025년 12월까지 모두 설계수명이 끝난다. 그러나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한수원이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의 계속 운전을 신청하려면 설계 수명 만료일 2~5년 전에 안전성 평가 보고서 등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2023년 8월 설계 수명이 종료되는 고리 2호기를 포함해 계속 운전 신청서를 원안위에 제출한 원전은 단 한 기도 없다. 고리 2호기를 계속 가동하려면 늦어도 내년 8월까지는 원안위에 계속 운전을 신청해야 되지만 한수원은 아무런 관련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탈원전 바람을 일으킨 일본도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는데 한국은 멀쩡한 원전을 내다버리고 있다"며 "정부가 그 부담을 지는 것도 아니고 막대한 손실은 결국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과 에너지 경쟁력 약화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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