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동네에서 퍼져나가는 'EU 코로나 연대'

입력 2020.03.24 03:16

독일, 접경지역 프랑스 환자 치료… 이탈리아엔 약품·의료장비 보내
스페인 총리는 EU 마셜플랜 제안

몽클레르·프라다는 병원에 기부
英이튼스쿨은 학교 무료 개방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는 21일(현지 시각)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를 받아들여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알자스 지방에서는 2월 중순 한 교회에서 약 2000명이 한데 모여 예배를 가진 이후 급속도로 환자가 늘고 있다. 알자스 지방에 인공호흡기가 모자란다는 소식을 접한 빈프리트 크레치만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총리는 주내 병원장들과 협의해 프랑스인 중환자들을 받아 치료하기로 했다.

유럽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국가별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환자를 보느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활동과 자원봉사 등도 각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22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독일이 약품과 의료 장비를 보내줘서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타렐라는 "이탈리아가 전염병과 씨름하면서 얻은 뼈아픈 경험이 유럽의 다른 나라에 유용하게 쓰이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EU(유럽 연합) 차원에서 채권을 발행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회원국들을 돕자는 제2의 '마셜 플랜'을 제안했다. 마셜 플랜이란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대규모 경제 원조로 서유럽을 되살렸던 국제적 사업을 뜻한다. 유럽 각국이 더 이상 각자도생하지 말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자원봉사와 기부 활동도 활발하다. 이탈리아에서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요리사 카를로 크라코는 요즘 밀라노 컨벤션 센터를 400병상 규모의 임시 중환자 병원으로 바꾸는 건설 현장에 찾아가 인부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있다. 크라코가 자원봉사 중인 임시 병원을 건립하는 데는 명품 의류업체 몽클레르의 레모 루피니 회장이 1000만유로(약 136억원)를 기부한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위기가 닥치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요리·패션계의 저명인사들이 앞다퉈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명품 업체 프라다도 140만유로(약 19억원)를 기부해 밀라노의 병원 3곳에 각 2개씩 6개의 중환자용 병동을 늘렸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매일 저녁 8시 시민들이 발코니에 몰려나와 박수 치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휘파람을 불거나 응원 도구까지 동원하기 때문에 이동 금지령으로 정적에 파묻힌 파리가 일순간 시끌벅적해진다. 이에 발맞춰 에펠탑은 오후 8시부터 8시 10분까지 조명을 반짝거리게 하고 있다.

프랑스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린 상태이지만 일부 학교 문을 열어 의료진의 자녀를 돌봐주고 있다. 자녀 걱정 없이 치료에 전념하라는 배려다. 명품 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은 화장품 공장에서 손 소독제를 만들고 있고, 마스크도 1000만장 만들어 프랑스인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22일 프랑스에서는 자발적으로 코로나 환자를 돌보던 67세 의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자 소셜미디어에서 추모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에서는 보리스 존슨 총리를 비롯한 사회 저명인사를 다수 배출한 명문학교인 이튼 스쿨이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위해 학교를 무료 개방하기로 했다. 인근의 간호사, 경찰관, 청소부 등의 자녀들을 학교로 불러 여름방학 때까지 무료 교육을 실시한다. 의료진에게는 학교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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