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이 다시 민주당과 손잡은 내막은

입력 2020.03.23 14:35 | 수정 2020.03.23 15:26

한국노총이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4·15 총선을 위한 공동협약을 맺은 것을 두고 명분보다 실리를 선택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이 정의당 지지를 선언한 상태에서 민주당과의 정책협약을 파기하는 대신 다시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관계 끊겠다’고 하다 다시 민주당 손잡은 한노총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0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만나 고위정책협의회를 열고 4·15 총선 협약을 맺었다. 한국노총은 민주당 후보의 총선 당선을 위해 노력하고, 민주당은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노동계 일부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노총 내부에서 민주당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사진 왼쪽)와 김동명 한곡노총 위원장(오른쪽)이 이달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사진 왼쪽)와 김동명 한곡노총 위원장(오른쪽)이 이달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연합뉴스

한노총은 2017년 5월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이후 한노총 내부에선 ‘민주당과 현 정부가 친노동 노선에서 계속 후퇴하고 있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여당과 정부를 지지했지만 한국노총이 얻은 것도 없고 그 와중에 민주노총은 1노총이 됐다’는 인식도 퍼져 있었다.

올해 1월 새 위원장에 당선된 현 김동명 위원장도 민주당과 맺은 정책협약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을 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다.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도 했던 김 위원장이 불과 두 달도 안 돼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다시 손을 잡은 것이다

◇민노총과 손잡은 정의당 대신 민주당 선택

한노총 내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그 과정은 이렇다. 한노총은 지난달 10일 총선 준비를 위해 각 정당에 노동 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민주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이 답변을 보냈다고 한다. 미래통합당은 마감 날짜까지 한노총에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정책 평가 결과는 정의당이 1위, 민주당이 2위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미 지난달 13일 민주노총이 정의당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는 점이었다. 한노총 관계자는 “정의당은 이미 민노총과 함께 손을 잡은 상태였고, 정책협약 파기 얘기까지 나온 민주당은 오히려 ‘한국노총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는 안을 들고 왔다”며 “민주당 쪽이 정책 실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민주당과 총선 협약을 맺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 민주당과의 정책협약 기한이 다음 대선이 있는 2022년까지였기 때문에 당장 정책협약을 파기할 명분이 약했다”며 “앞으로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선 지지 정당을 바꾸면 된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 선언했지만 전면적 지지는 아니야

한국노총은 산하 조직별로 여·야 지지 성향이 다르다. 김동명 위원장 등 지도부는 애초 조직 내 갈등을 막기 위해 특정 정당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고 한다. 한노총 관계자는 “조합원들과 산하 조직이 각자 선택에 따라 투표하라는 일종의 중립 선언을 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일부 산하 조직에서 ‘왜 정책협약까지 맺은 민주당 지지를 선언하지 않냐’는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노총은 민주당과의 총선 협약 문구를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모든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노동존중 가치 실현 의지를 가진 국회의원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며 “2017년 정책협약 체결이 전면적 지지였다면 이번 총선은 이를테면 제한적 지지”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총선 협약을 맺었지만 의미 확대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산하 조직별로 정치색이 갈려 있는 상황에서 일부에서 민주당 지지를 요구하자 새 지도부가 이를 적당한 선에서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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