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한선교의 비례명단 갈등… 미래한국당 공천위원 선정 때부터 켜졌다

입력 2020.03.16 23:07 | 수정 2020.03.17 12:56

미래한국당의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과 순번이 16일 공개되자 미래통합당에서는 "설마 했는데 이럴 수 있느냐"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통합당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재들이 당선 안정권인 20번안에 거의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래한국당은 법적으로 통합당과 별개 정당이지만, 통합당이 범여권이 도입을 강행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의석 확보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정당이다. 그런데 미래한국당 후보 선정 결과 통합당 지도부의 뜻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역구 공천은 물론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벽에 부딪히며 리더십이 흔들리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왼쪽)과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왼쪽)과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연합뉴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측 사이의 이상 징후는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때부터 보였다고 한다. 한선교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미래한국당 대표를 맡았을 때까지만 해도 비례대표 선출 과정이 순조로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한 대표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대학(성균관대) 1년 후배이자 황 대표 체제에서 첫 사무총장을 맡았던 대표적인 친황(親黃)계 인사로 꼽힌다.

하지만 미래한국당 공천위원 선정 과정에서 황 대표 의중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면서 양측 간에 이상 기류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통합당의 핵심 관계자는 "공병호 공천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6명 공천위원 가운데 황 대표가 추천한 인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오히려 한 대표와 공병호 공천위원장은 공천 과정에서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공 위원장 임명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공 위원장 공천 권한은 100%, 99%에 가깝게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공 위원장도 통합당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조율이나 소통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의원 선출은 독립적"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방식대로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후보 명부) 순서를 정하고 밑으로 내려보낸 것을 제가 수용한다면 그것은 제가 살아온 인생 원칙과 다르다"고 했다.

그래도 통합당에서 미래한국당으로 건너간 조훈현·이종명·김성찬 의원이 당 최고위원단을 구성하면서 공천 과정에서 어느 정도 통합당 의견을 반영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미래한국당 최고위원 회의는 이들 세 의원과 한 대표, 새로운보수당에서 건너온 정운천 의원 등 5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날 비례 후보 명단과 순번이 발표된 후 조·이·김 의원이 반발하며 후보 명단 의결을 거부하고 회의장을 떠나면서 당 지도부 차원의 조율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통합당 출범 과정에서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박형준 전 의원이 미래한국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2시간 만에 철회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양측 간 균열이 심상치 않은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의원이 총선 이후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통합 등을 위한 조율사 역할을 하기 위해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를 지원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도 곧바로 공천을 철회한 것으로 볼 때 한 대표와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황교안 대표와 한선교 대표 간 소통이 밖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활발하지 않았다는 말도 양당 안팎에서 나온다. 양측 간 소통 문제를 잘 알지만 비공개 소통 문제라 익명을 요구한 통합당 관계자는 "비례대표 명단 확정이 임박하면서 황 대표와 한 대표 간에 전화 소통도 잘 안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이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 9일 박형준 전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 문제와 관련해서 황 대표가 한 대표에게 전화를 한 것이 마지막으로 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염동열 의원/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염동열 의원/연합뉴스
하지만 미래한국당에서 공천을 주도한 한 대표나 공 위원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침에 따라 민주적 절차에 따른 후보 심사와 선거인단 투표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후보 명단 공개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인단 투표를 비롯한 절차는 모두 끝났는데, (최고위) 성원(成員)이 안됐다"며 "아마 내일쯤 최고위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통합당이 반발하는 데 대해서는 "(통합당) 영입 인사에 대한 특별대우는 없다고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며 "객관적 심사에 의해서 (공천을)할 것이라고 했고, 명단을 보고 판단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미래한국당 공천 명단과 순번에 대해 통합당이 왈가왈부할 법적 권한은 없다. 또 통합당의 명시적인 의중에 따라 미래한국당 공천이 이뤄졌다면 그 자체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통합당 내부에서는 미래한국당 공천 명단에 부글부글하면서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해 답답해 하는 분위기다.

통합당 일각에서는 "미래한국당이 스스로 창당 취지에 비춰 통합당 영입 인재들을 적절한 순번에 배치하는 등 재조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미 공개된 비례대표 명단과 순번을 재조정하려면 새로운 공천 심사를 거치는 것은 물론 선거인단 투표도 다시 거쳐야 한다. 미래한국당은 선관위 지침에 따라 공천위를 구성하고 50명 규모의 국민 선거인단을 꾸려 이날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했다. 미래한국당 관계자는 "민주적 심사 절차와 선거인단 투표는 법률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했다. 또 후보 명단과 순번을 재조정할 경우, 기존에 후보로 선정된 인사들이 반발하고 나올 수도 있어 번복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17일 다시 최고위원 회의를 소집해 선거인단이 확정한 후보 명단과 순번 추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한국당 관계자는 "설사 최고위원 회의에서 공천위에 재의(再議)를 요구하더라도 당헌·당규에 따르면, 공천위원 3분의 2 이상이 원안을 재의결하면 최고위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통합당이 미래한국당 공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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