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보다 먼저 전염병 예측하고 백신 개발 돕는 AI 기업

입력 2020.03.08 08:00

[이코노미조선]

SAS 중국지사가 개발한 중국 내 지역별 코로나19 모니터링 및 경고 분석 플랫폼. 정부 공공 기관, 의료 기관, 대중교통, 소셜 미디어 등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수집·분석해 대시보드로 시각화했다./ SAS
SAS 중국지사가 개발한 중국 내 지역별 코로나19 모니터링 및 경고 분석 플랫폼. 정부 공공 기관, 의료 기관, 대중교통, 소셜 미디어 등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수집·분석해 대시보드로 시각화했다./ SAS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기업은 ‘초비상’ 사태에 직면했다. 공급망이 끊긴 제조 기업은 출하량이 감소했다. 서비스 기업은 손님이 뚝 끊겨 급기야 휴점하는 곳도 생겼다. 이외 기업들도 재택근무나 특별휴가를 직원에게 권하면서 업무 처리에 지장이 생겼다. 대다수 기업은 코로나19 정국에 매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그런데 위기 가운데서도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는 산업군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은 코로나에 걸맞은 적절한 대응책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데이터를 대량 분석해 코로나19를 예측하거나 치료하고 있다.

유형 1│전염병 확산경로와 여론까지 예측

전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캐나다 데이터 분석 기업 ‘블루닷’이다. 블루닷은 지난해 12월 31일 코로나19의 확산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파악하고 고객에게 전달했다. 1월 9일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경고보다 일주일 빠른 시점이었다. 블루닷 창업자 캄란 칸(Kamran Khan)은 "전염병 대처는 시간과 타이밍이 전부와도 같다"고 했다.

블루닷은 자연언어 처리 기술(NLP)과 머신러닝(기계 학습) 기술로 매일 65개 언어로 된 10만 개의 기사나 보고서를 분석하고 100개의 전염병을 추적한다. 관광객 여행 정보와 비행 경로를 분석해 전염병의 확산 경로도 파악한다. 1월 블루닷은 코로나19가 확산할 아시아 도시로 서울, 방콕, 타이베이, 도쿄를 예측하기도 했다.

정부와 협력하는 AI 기업도 있다.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SAS는 미 식품의약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보건의료재정청, 보건복지부 등과 협력하면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스티브 베넷 SAS 글로벌 정부기관 프랙티스 부문 이사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대량의 데이터를 검토하고 규칙을 찾아낸다"면서 "이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고 탐지하고 대응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지원한다"고 했다.

SAS 중국 지사에선 중국 내 지역별 코로나19 모니터링 및 경고 분석 플랫폼을 구축했다. 정부 공공 기관, 의료 기관, 대중교통 등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수집·분석해 대시보드로 시각화하고 질병 관련 주요 지표, 의료 기관 및 물자 사용 현황, 환자 상세 정보 및 이동 경로, 확산 추세 통계, 예상 확진자 수 등을 제시한다.

소셜미디어도 분석 대상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SAS 중국 지사는 웨이보, 바이두, 위챗 등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수집해 지역별로 의료 도움이 필요한 규모와 수준 현황을 보여준다. 질병의 확산이 사회적, 정치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여론의 변화도 감지한다.

유형 2│수년 걸리는 백신 개발도 단축

AI는 백신 개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제약 회사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딥러닝(심층 학습)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에 적합한 분자 구조를 찾았다. 수천 개의 분자를 4일 만에 검토했고 적합한 분자 구조를 수백 개로 추려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적합한 분자 후보군을 줄여주면서 다른 제약 회사도 백신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이는 백신 개발 속도를 단축시킬 전망이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현재 제약 회사나 신약 개발 전문가들로부터 답변을 기다리고 있고, 이들과 협력해 최대 100개의 화학물질을 합성하고 실험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1년 내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신 개발을 기다릴 수 없어 임시방편을 제시한 AI 기업도 있다. 영국 제약 회사 베네볼렌트 AI(Benevolent AI)는 바이러스 전염을 제한할 만한 잠재적 치료제로 바리시티닙(Baricitinib)을 제시했다. 승인된 기존 치료제 가운데 코로나19의 분자 구조와 가장 맞닿아 있는 치료제들을 AI 기술로 검색한 결과였다. 베네볼렌트 AI 관계자는 "코로나19의 규모와 확산 속도로 미뤄볼 때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 치료제가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했다.

베네볼렌트 AI의 연구 결과는 아직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복용했을 때 부작용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적 의학 논문 랜싯(Lancet)이 이 연구 결과를 등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제약 회사도 함께 해당 치료제를 연구할 기회가 생겼다.

국내에서 데이터를 모아 재가공하는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코로나19를 피해가 아닌 기회로 생각하고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홍콩대 법학부 사이렌 존스톤 교수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효과적인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접근 방식이 아닌 기술 기업들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스티브 베넷 SAS 글로벌 정부기관 프랙티스 부문 이사
"항공 데이터 분석하면 감염 장소도 예측"

스티브 베넷
스티브 베넷
스탠퍼드대 전산 생화학 박사, 미국 국토안보부, 국립생물감시통합센터 디렉터
미국의 코로나19 방역체계는 민간 기업 SAS가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AS는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으로 현재 코로나19의 전 세계 동향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하고 정부에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SAS의 스티브 베넷 글로벌 정부기관 프랙티스 부문 이사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확산 경로나 진압 시기를 묻는 말에 "아직 정보를 더 모을 필요가 있다"면서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국의 상황이 급변하면서 변수가 매일 갱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전염병 전파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 AI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AI 기술이 전염병 대응에 활용되고 있다.

"AI 기술 중에서도 특히 머신러닝 기술이 신종 전염병의 여파를 줄이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머신러닝은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대량의 데이터를 검토하고,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예측 결과를 제시하도록 설계된다."

코로나19에 머신러닝이 활용되는 방식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이되는 바이러스가 흔해진 만큼 평소 전 세계에 알려진 바이러스, 동물 개체, 인구 통계, 문화·사회적 행동을 취합한다. 이후 전염병을 감지하면 소셜미디어, 응급진료(EMS) 데이터, 구급차 데이터, 입원 수속 환자의 기록까지 모두 분석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전 세계 항공 데이터, 철새 이동 경로 등 이동 데이터를 취합해서 질병의 확산 경로와 속도를 예측한다."

실제 효과를 본 사례는.

"에볼라 사태가 좋은 예다. 당시 미국 농무부에서 여행-인구 조사 모델을 개발했는데, 이후 해당 모델이 에볼라 감염 사례가 관측될 가능성이 큰 텍사스 내 특정 도시와 병원까지 적중했다."

코로나19의 전파 경로를 예측한다면.

"현재의 데이터와 선례를 고려했을 때, 기초적인 공중 보건 인프라와 양질의 의료 지원 체계가 한정적인 환경에서 신종 전염병이 확산될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와 관련해 분석할 정보가 많아서 아직 조심스럽다. 코로나19의 진행 양상과 관련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평가하는 예측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코로나19를 두고 치사율이 낮아서 괜찮다는 관측도 많은데 위험성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코로나19의 전파 과정에서 감염률이나 치사율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가 등장할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또 질병이 전 세계로 확산된다면 지역별 위험성은 더 커질 것이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같은 지역은 이와 같은 질병의 전염률이 매우 높고 치사율도 대체로 높다. 궁극적으로 연구자들이 백신과 기타 치료법을 연구하는 동안 당국이 질병의 확산을 늦추고 통제해야 한다."

정부와 AI 기업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초기에 절호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 간 신속한 정보 공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SAS와 같은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은 민간 데이터를 종합할 능력이 있다. 추후 전염병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이후에도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 보건 당국이 향후 유사 전염병이 발병했을 때 억제할 대책을 미리 계획할 때도 기존 데이터를 토대로 각종 보건 정책에 대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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