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여정 한밤중에 직접 청와대 쳤다 "저능한 사고" "겁먹은 개" "바보"

입력 2020.03.03 22:40 | 수정 2020.03.04 00:27

노동당 제1부부장 자격 담화로 靑 비난⋯ "겁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어"
김여정, 리만건 조직지도부장 해임된 후 조직지도부 1인자 올라선 듯
"김여정은 대남 유화 분위기 파트너⋯ 南에 대한 엄청난 실망감 표출 효과 노린 듯"

김여정(왼쪽에서 둘째)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작년 7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미·북 정상 판문점 회동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김여정(왼쪽에서 둘째)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작년 7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미·북 정상 판문점 회동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북한의 초대형방사포 발사 시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힌 청와대를 향해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고 비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은 이날 제1부부장 자격으로 발표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전날 김정은 지도 아래 강원도 원산에서 동해로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한 데 대해 "군대에 있어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청와대는 전날 북한의 방사포 발사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장관 회의를 열고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이 직접 나서 비난하고 나온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청와대를 향해 "저능한 사고방식" "세살 난 아이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내뱉는 한마디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럽다"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청와대의 이러한 비논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개별적인 누구를 떠나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라며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 더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맞설 수는 없을까"라고도 했다. 김여정이 직접 나서 청와대나 한국 정부를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김여정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이후 그해 4월 판문점 1차 남북 정상회담과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작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 때도 문 대통령을 만났다. 정상회담에서도 부드러운 언사를 사용하며 대남 유화적인 인물로 꼽히던 그가 자기 이름으로 청와대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김여정은 한·미 연합 훈련과 스텔스 전투기 F-35 도입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김여정은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 군사 장비를 사오는 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보기 싫은 놀음은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몰래몰래 끌어다놓는 첨단 전투기들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왔겠는가"라고 했다. 또 "3월에 강행하려던 합동군사연습도 남조선(한국)에 창궐하는 신형코로나비루스(우한 코로나)가 연기시킨 것"이라며 "그 무슨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대남 비난에 나선 것을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 담화는 김정은 외교라인 핵심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나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나섰다. 김여정이 자기 이름으로 대남 선전전에 나선 적은 없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작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해왔지만 김여정이 대남 비난에 직접 나섰다는 것이 이례적이고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했다. 북한 정권 내에서 김여정의 위상이나 역할이 단순 백두혈통 '공주' 수준을 넘어 실력자 반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국에 오고 남북정상회담 때마다 배석하는 등 남북관계의 비선(秘線) 역할을 한 김여정이 이제 자기 이름으로 공식 담화를 발표하며 대남 전선(戰線)의 전면에 나서는 징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김여정의 북한 권력 내 위상이 강화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여정은 현재 공식 직함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만 발표됐지만 당 핵심 기관인 조직지도부를 지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근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이 공개 해임된 뒤 사실상 조직지도부 1인자가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 당·정·군 수뇌 인사는 물론 김정은 일가 혈족들의 동태를 관리하는 최고 권력 기관으로, 김일성 시절에는 김정일과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가 맡았다. 김정일이 1973년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 자리에 오른 뒤 1980년대 후반 측근인 윤승관에게 잠시 자리를 맡긴 것을 제외하면 2011년 사망할 때까지 조직지도부장을 겸했을 정도다.

실제 김여정은 최근 조직부 소회의실에서 조직지도부 전당부문 각급 기관의 당위원회 책임 간부들이 참가한 비상회의를 주관하고 지난해 말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충성의 결의모임 결정서'와 '충성의 편지'를 올리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이 노동당 각 기관의 간부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주재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말 열린 나흘간의 당 전원회의 이후 그의 당내 입지와 역할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의 북한 권력 내 위상과 역할 강화는 미·북 화해 무드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전이된 상황에서 백두혈통 중심의 체제 공고화를 노린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올해 초 남편 장성택 처형 후 6년간 은둔해온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가 공개석상에 등장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여정이 청와대의 유감 표명 하루만에 실명(實名) 담화를 발표하고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윤덕민 전 원장은 "작년 하노이 회담 실패와 경제난으로 북한 내부에서 제기되는 불만을 잠재우거나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했다. 또 그간 문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에서만 자리했던 김여정이 직접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난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권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원장은 "한국 정부 인사들과 항상 웃는 얼굴로 만났던 김여정은 남북 비선 라인의 핵이었다"며 "김여정의 비난 담화는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엄청난 실망감을 표출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날 외교부·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과 보건 분야 및 접경지역 협력을 동력 삼아 남북 관계를 돌파하겠다고 발표한 정부로선 김여정의 강경 발언으로 당황스러운 입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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