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여권 "비례당명 시민당, 2말3초 창당"

조선일보
입력 2020.02.26 03:17

송영길 등 親文 중진·지지층들 "미래통합당 반칙에 당할 순 없어"
공천위원장도 "대응방안 고민"
당 지도부는 여전히 불가 방침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비례민주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25일에는 민주당 중진과 친문 의원들이 가세했다. 당 외곽의 친문 지지자들은 '2월 말~3월 초' 등 구체적 시기까지 거론하며 창당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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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 공동상임선대본부장과 홍남기(왼쪽에서 셋째) 경제부총리가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걸어 들어가고 있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 4선 송영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비례 정당 창당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이라며 "미래한국당이 선거법을 악용하는 반칙 행위를 뻔히 보고도 당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송 의원은 "신작로(선거법)를 만들어 놓으니까 개구리(미래통합당)가 뛴다"며 "이렇게 되면 민의가 완전 왜곡되는 것"이라고 했다.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저쪽(미래통합당)에서 비례 위성정당을 갖고 비례 의석을 15~20석까지 싹쓸이해가면 우리 스스로 손발을 묶인 채 뺏기는 꼴이 된다"며 "그 취지를 살리면서 대응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친문 핵심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건 적절치 않지만 현실적으로 미래통합당에서 편법을 쓰는 데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거기에 대해 굉장히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 방식 등은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결집하고 있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비례 정당 필요성'을 언급한 뒤 창당 요구가 구체화되는 움직임이다. 작년 서초동 집회에서 '조국 수호'를 주도했던 '개국본(개싸움 국민운동본부)' 사이트 등에선 신당의 당명을 '시민의 정당'으로 하자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이들은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시민의 정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창당 과정에 친여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이들은 창당에 참여할 인사로 '김남국 변호사,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최배근 교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등을 거론했다. 강성 친문들이 비례당 창당 인사로 꼽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꿈꾸는 자'를 참칭하는 자들이 판치는 정치판, 한번쯤은 바꾸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제3의 길'을 제안하는 시간을 (조만간) 갖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도 "위성 정당 창당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작년 말 선거법 통과 직후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비례민주당'과 관련해 여러 아이디어가 올라온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관련 논의를 했지만 이해찬 대표가 '우린 못 만든다'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지도부 한 의원은 "지난주 윤건영 전 실장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발언 이후 여러 경로로 확인해 봤는데 청와대 의중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실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꼼수 중의 상꼼수"라며 "민주당도 원칙대로 가는 게 맞는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 지도부는 현재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총선에서 1당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도부 일각에선 비례민주당 창당을 내심 원하는 분위기도 있다. 최근 '의병' '민병대'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민주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하거나 물밑 지원을 할 경우 "자기들이 선거법을 고쳐놓고 의석을 늘리기 위해 꼼수를 쓴다"는 역풍이 불 수밖에 없다. 실무적인 이유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효과를 보려면 미래통합당처럼 비례를 전부 위성정당에 몰아줘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비례 후보들이 줄을 서 있고 물리적으로도 창당에 필요한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고 했다.

야당들은 이날도 "민주당이 친문 비례 정당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비례민주당은 절대 없다더니 윤 전 실장이 신호를 보내자 태도가 돌변했다"며 "그동안 내세웠던 명분마저 다 팽개치고 꼼수로 모면하려 한다"고 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이제 와서 만든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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