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줄취소, 배우는 강제휴가… 연극계 '코로나 직격탄'

입력 2020.02.26 03:00

[대학로에 닥친 '코로나 쓰나미']
'심각' 단계로 격상한 주말부터 문닫는 대학로 소극장 속출해
단체관람 많은 아동극도 타격

공연 매출액 전월 대비 반토막 "생존 수단을 찾아야 할 상황"

"5년 전 메르스 때보다 심해요. 2월 말이면 공연 시즌 시작인데, 25일 오전에만 대학로 소극장 170곳 중 20군데가 문 닫는다고 연락 왔어요."(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 김관)

"객석을 비워놓고 공연한 적이 없는데 주말에도 3분의 1은 비니 엄청 속상하죠."(연극배우 손숙)

25일 오후 찾아간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밀집 거리.
25일 오후 찾아간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밀집 거리. 평소라면 호객하느라 분주한 아르바이트생 '삐끼'들과 행인들로 북적였을 테지만 우한 코로나 감염증 사태로 거리는 썰렁했다. 극장들은 문을 닫은 채 공연을 취소한다는 안내문만 붙여 놓았다. /장련성 기자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선 우한 코로나 사태가 공연계를 집어삼킨 가운데, 최약체로 꼽히는 연극계가 날벼락을 맞았다. 신구·손숙이 출연해 매년 흥행을 기록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29일 조기 폐막하고, 10년간 50만 관객을 모았던 연극 '극적인 하룻밤'도 공연을 잠정 중단했다. '신춘문예 단막극전' '두산아트랩 2020' 등 축제도 앞당겨 막을 내렸다. '아버지와…'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코로나가 발병한 와중에도 객석 점유율이 60%를 웃돌아 견딜 만했는데, 심각 단계가 되면서 티켓 구매자보다 취소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날마다 300석 중 100석씩 취소표가 나온다"고 했다.

◇죽어나는 연극계… 배우도 강제 휴가

'코로나 쓰나미'는 수치로도 알 수 있다. 25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1~24일 공연 매출액은 184억249만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322억4228만원)보다 절반(42.9%) 가까이 줄었다. 10.6% 줄어든 지난해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지방 공연들은 100% 취소돼 배우는 물론이고 스태프도 강제 휴가에 들어갔다. 특히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극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지난 연말만 해도 객석이 빼곡히 찼으나 최근엔 10~20명 남짓에 불과하다. 인기 어린이극 '아기돼지 삼형제'가 열리는 명작극장은 최근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아동극 '먼지깨비'를 제작·연출한 김훈경씨는 "다음 달 계획한 공연 3개가 모두 중단됐다. 심야까지 투잡(two jobs)을 뛰며 버티던 배우들도 생활고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했다.

성인 연극도 마찬가지다. '한번쯤은 내맘대로'에 출연 중인 30년 차 연극배우 김나윤씨는 "지난 토요일 낮 공연에 관객은 두 명뿐. 일요일은 열 명도 안 됐고, 월요일은 그마저도 없어서 취소했다"고 했다. 연극 '고도'를 공연 중인 임정혁 소극장협회장은 "하루에 두세 명 오거나 그마저도 없어 공연을 못한 날도 있었다"면서 "개막 직전이나 공연 도중 취소해버리면 제작사와 배우·극장이 손해를 보는데도 취소를 고민하는 극단이 많다"고 했다.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도 "순수연극은 평소에도 재난 상태라 웬만해선 힘들다고 안 하는데, 지금은 생존 수단을 찾아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초토화한 연극계… 코로나 끝나면 되살아날까

블랙 리스트와 미투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연극계는 올해를 '2020 연극의 해'로 지정하고 쇄신의 해로 삼았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유명무실해졌다. 연극이 도중에 엎어지면 피해는 제작자와 배우, 스태프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김관 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은 "큰 공연장들은 1년치 대관도 끝난 상태인데, 공연장을 못 구하거나 밀리면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모두 날리는 것"이라며 "'2020 연극의 해' 예산 21억원을 코로나 피해 연극인 지원에 써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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