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감염원 차단했으면 재앙 없었다, '누가 왜 열었나' 밝히라

조선일보
입력 2020.02.24 03:26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우한 코로나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리면서 "신천지 집단 감염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정부는)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강력한 대응을 하라"고 지시했다. "새롭게 확진되는 환자 대부분이 뚜렷한 관련성이 확인되는 집단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정부 잘못은 없고 신천지 대구 교회의 감염 확산이 문제라는 것이다.

며칠 새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크게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3일 오후 기준 확진자 602명 중 대구 신천지교회 관련자는 55%다. 코로나가 신천지 신도 사이에서 자연 발생한 것도 아니다. 바이러스는 창궐지인 중국에서 들어왔고 누군가 '그림자 전파자'가 신천지 신도들을 감염시킨 것이다. 정부가 사태 초기 중국을 거친 외국인 유입을 막는다는 방역의 기본만 제대로 지켰다면 신천지 대구 교회가 감염되는 사태도 있을 리 없다. 이들도 결국은 피해자일 뿐이다. 정부가 감염원 대량 유입 차단이라는 기본 중의 기본을 무슨 이유에선지 지키지 않은 것이 사태를 이렇게 키운 것이다.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만 차단한 것이 이달 4일이다. 그 열흘 전에 이미 의사협회는 "중국 전 지역에서의 전면 입국 금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지난 18일 경로 불명(不明) 환자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이번이 중국 봉쇄의) 마지막 기회다"라고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전날 문 대통령은 "국가 전체가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 비교적 잘 대응해오고 있다"며 '언론 탓'을 했다. 대통령이 낙관론을 편 직후부터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불어나며 대감염 사태로 번졌다.

미국은 1월 31일 후베이성뿐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의 입국을 금지했다. 그 결과 미국의 확진자는 현재 35명에 불과하다. 국경을 봉쇄한 러시아는 2명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인보다 우리 국민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고 우리 국민 탓을 하는 황당한 소리를 했다. 법무장관은 "(미국의 정치적 중국 입국 차단과 달리) 우리는 조용하면서도 합리적·객관적·실효적 차단을 해 과학적으로 대처했다"고 했다. 국민의 고통과 불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 누구도 감염원 차단을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민주당 원내대표가 말 못할 부분이 있다는 식으로 했을 뿐이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지시를 내려 전 국민을 불안 속에 몰아놓고 피해를 입힌 것인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코로나는 공기 오염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증상자 전파 사례도 입증됐다. 고려대·건양대 팀이 분석해보니 중국인 유학생 입국자들이 최소 38명, 최대 813명의 신규 감염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금도 중국에서 하루 4000명씩 들어온다. 이들 가운데 누가 또 다른 수퍼 전파자가 될지 알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알고 있나.

정부는 확진자가 600명을 넘고, 17개 광역시·도가 모두 오염된 다음에서야 뒤늦게 방역 태세를 '심각'으로 전환시켰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 왜 지금까지 방역태세를 상향하지 않았는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모든 잘못은 뭉개기와 덮어씌우기로 대처한다.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때 야당 대표이던 문 대통령은 "국가 위기관리 능력이 지금처럼 허술했던 적이 없다. 메르스 '수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었다"고 몰아붙였다. 그 시점에서 메르스 환자는 169명이었다. 지금 코로나 누적 환자는 602명이다. 코로나 수퍼 전파자야말로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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