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이 무슨 잘못해 중국과 病도 나눠 가져야 하나

조선일보
입력 2020.02.22 03:26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중국에서 들어온 관광객이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을 다녀온 우리 국민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감염원 차단의 문제인데 중국인보다 우리 국민이 더 문제라는 식이다. 귀를 의심케 한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의 특정한 사람들만 입국을 제한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사람, 우리 내국인까지도 다 차단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필연적 사실"이라고도 했다. 이 횡설수설이 무슨 뜻인지는 박 장관 자신도 모를 것이다. 아무리 중국 눈치를 본다고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모기 잡는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엔 "지금 겨울이라 모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농담할 상황인가.

박 장관의 이 발언은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 유입을 왜 차단하지 않느냐는 국민적 의문에 정부가 처음 내놓은 답변이다. 감염원 유입을 막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를 왜 하지 않는지 대통령, 총리, 장관 등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제 내놓는 답이 '중국인보다 우리 국민이 더 문제'라고 한다. 박 장관 스스로도 중국에서 감염원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사실 인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런데 왜 이것부터 차단하지 않나. 그래 놓고 어떻게 방역을 하나. 방역이 아니라 방역 시늉을 하는 것이다.

중국에 있던 우리 국민은 물론 입국시켜야 한다. 신속히 검역하고 잠복기 동안 격리하면 된다. 동시에 중국을 거친 외국인은 일정 기간 불가피하게 입국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아니고 혐오도 아니다. 미국 유럽 러시아 심지어 북한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 환자가 가장 많은 이유가 뭐겠나. 정부는 그조차 모르나.

말도 되지 않는 억지는 한둘이 아니다. 중국에서 오는 유학생들은 격리한다고 하면서 중국에서 오는 일반인에 대해선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학생은 바이러스를 갖고 오고 일반인은 안 갖고 오나. 이 코미디 같은 일을 국회에서 물어보니 정부 관계자가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다. 출입국 관리를 맡은 법무장관은 "중국이 (입국 제한을 하지 않은) 우리에게 각별히 감사해 한다"고 자랑한다.

미국 방역 당국은 우한 사태가 터지기 전 중국에 보낸 전문가들을 통해 일찌감치 코로나 감염의 위험성을 파악했다고 한다. 중국 여행을 금지하고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 금지에 이어 대규모 격리병상을 마련하는 등 환자 폭증에 대비한 조치를 서둘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예측하고 있었다" "침착하게 한다"더니 막상 사태가 터지자 병상이 모자란다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태 악화는 특정 종교 활동이 수퍼 전파자 역할을 한 것이 크지만 그 교회가 바이러스 발원지는 아니다. 애초에 중국 감염원을 차단했으면 없었을 일이다. 이제 한국의 환자 수는 중국과 일본 유람선을 빼면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일부 국가가 벌써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극히 이례적인 사태다. 중국 감염원을 왜 방치했는지 정부는 공식적으로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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