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2.21 03:01

- 전국서 확진자 나오는데 방역 구멍
서울역 중앙출입구 80%만 비추고 이마저도 직원 출근해야 작동시켜
서울 고속터미널도 카메라 2대뿐
김포공항 국내선엔 검역장치 없어

20일 오전 8시 43분 동대구발(發) KTX가 서울역에 도착했다. 승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역사(驛舍) 출입구로 향했다. 서울역 2층 중앙 출입구 앞에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코로나) 의심 환자를 걸러내기 위한 열감지 카메라 한 대가 서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지키는 사람은 없었고 전원도 꺼져 있었다. 카메라는 마스크를 쓴 보건소 소속 간호사 두 명이 도착한 오전 9시가 되어서야 작동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폭 10m 중앙 출입구의 80%가량만 비추고 있었다. 나머지 20%는 사각(死角)이었다. 그 사각지대로 수없이 많은 승객이 드나들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역사 2층 출입구 앞에서 중구보건소 관계자가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역사 2층 출입구 앞에서 중구보건소 관계자가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하루 1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역에 열감지 카메라는 2대뿐이다. /김지호 기자
서울역에서 대형마트, 아웃렛 등으로 연결되는 통로에서는 아예 발열 체크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역 관계자는 "겨우 있는 열감지 카메라 2대도 중구청에 사정해서 지원받은 것"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구보건소 건강관리과 측은 "추가로 카메라를 구매하려고 해도 이미 호텔 등 사설 단체에서 대량으로 사가 물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서울역에서는 하루 10만명이 기차를 타고 내린다.

서울과 대구·경북 등 지역사회에서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수십명씩 확인되면서 이제 중국 등 외국에서 들어오는 관문인 공항·항만뿐 아니라 국내의 다중(多衆) 이동 관문에 대한 방역 시스템 구축도 중요해졌다. 그러나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등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여객 관문 시설 검역에서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20일 오후 1시 방문한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열감지 카메라가 딱 2대 있었다. 경부선 쪽에 하나, 호남선 쪽에 하나였다. 경부선 카메라는 건물 내부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고, 서초구청 직원이 지키고 있었다. 파란 조끼 차림 구청 직원은 "체온이 높은 사람은 그 자리에서 불러서 지급받은 휴대용 체온계로 체온을 재보고 보건소에 연락하라는 게 구청의 지침"이라고 했다. 구청 측은 "모든 승객의 체온을 확인하려면 카메라가 더 필요하지만, 시장에 물건이 없더라"고 했다.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은 검역 장치가 아예 없었다. 한국공항공사 운영계획부 관계자는 "방역 작업은 지자체 책임"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측은 "김포공항에 방역 인력을 파견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승객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병원 진료 때문에 이날 아침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는 경남 밀양 시민 고성조(70)씨는 "기차 여행이 무서워 진료를 취소하고 싶었지만, 치료는 해야겠기에 이른 시간대 열차를 탔다"고 했다. 2층 대합실에서 만난 봉승환(42)씨는 "기차 내에도 열감지 카메라는 없더라"며 "확진자가 급증했다는데 방역이 강화된 걸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재 시행하는 수준의 '발열 감지'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국토교통부가 협력해 발열 환자 발생 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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