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61] 모든 건 생태학이다

조선일보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2020.02.18 03: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IT 다음은 생태학… 복지·건강이 다가올 시대의 화두.'

2007년 6월 4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서강대에서 경영학 명예 박사 학위를 받고 손병두 당시 서강대 총장과 대담한 이튿날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 제목이었다. IT에 이어 우리를 먹여 살릴 자산은 건강이며 한국은 복지와 건강에 투자해 새로운 도약을 이루라는 게 토플러의 주문이었다. 그리고 그러자면 무엇보다 생태학이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1년 보스턴시(市)는 대규모 토목 사업 '빅딕(Big Dig)'을 발주했다. 그 일환으로 보스턴 시내에서 로건공항으로 해저 터널을 뚫어야 했는데 뜻밖의 복병이 불거졌다. 바다 밑으로 터널을 뚫으려면 보스턴 시내 하수도를 열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칫하면 보스턴 지하 세계를 누비던 쥐 떼가 한꺼번에 몰려나와 도시를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만들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언론은 연일 흑사병까지 운운하며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자연 서식처가 찢어발겨지며 그곳에 서식하던 동식물들이 혼비백산 흩어지는 바람에 그들의 몸에서 뛰쳐나온 바이러스도 허둥지둥 새로운 숙주를 찾고 있다. 보스턴 빅딕 사업은 용케 쥐들의 대방출을 막았지만, 겁 없이 열어젖히는 생태 판도라 상자에서 박쥐가 날아 나오고 있다. 2002년 사스, 2012년 메르스, 그리고 이번 코로나 19 모두 박쥐가 토해낸 바이러스에서 시작됐다. 자연이 내뱉는 기침과 가래가 질펀하게 우리 얼굴로 튀고 있다.

토플러는 생태학을 경제 발전의 근간이 될 학문으로 지목했다. 게다가 이제 생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막대한 경제 손실은 물론, 엄청난 인명 피해를 겪게 된다는 게 명약관화해졌다. 우리의 무절제한 생태계 파괴가 결국 우리 스스로를 파멸시킬 것이다. 우리가 진정 '현명한 인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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