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잃고 주말 집회 연 범투본, 靑 향해 행진... 인근 주민들은 '우한폐렴' 우려

입력 2020.02.15 16:05 | 수정 2020.02.15 18:05

"청와대 앞 마음의 성전(聖殿)이 독재권력에 의해 무참하게 철거됐다!"

청와대 앞 농성 천막을 강제 철거당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주말 집회를 열고, 행정대집행을 벌인 서울시를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본 집회를 마무리한 후 농성 천막이 설치돼 있던 청와대 앞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들과 국립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큰 우려를 표했다. ‘우한폐렴’(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러 지역에서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동네를 행진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 마스크를 쓴 채 참석하고 있다./김송이 기자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 마스크를 쓴 채 참석하고 있다./김송이 기자
◇ 청와대 앞 천막 사라진 범투본…마스크로 무장하고 집회 강행
범투본은 이날 낮 12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 모여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50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교보빌딩부터 미국 대사관 앞 거리까지 꽉 채웠다. 하얀 마스크를 쓴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문재인을 구속하라" "문재인을 탄핵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번 국민대회는 지난해 10월 3일부터 134일간 청와대 앞 효자로를 무단 점거하던 범투본 농성 천막이 철거된 뒤 열린 첫 주말 집회다. 앞서 지난 13일 종로구는 용역업체 직원 등 500여명을 투입, 청소차량 3대 분량의 천막 13채와 집회용품 등을 치웠다. 소음 민원과 우한 폐렴으로 불안해하는 주민들의 요구가 심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범투본은 주말 집회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범투본 관계자는 이날 집회에서 "지난 13일 우리의 청와대 앞 농성 천막이 무참하고 처절하게 독재권력 세력에 의해 철거되는 모습을 목격했다"면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오듯, 문재인 퇴진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소리쳤다. 범투본을 이끄는 전광훈 목사도 "한 나라가 망하는 것은 순간적인 문제지만 무너진 나라를 다시 찾으려면 100년이 걸린다. 반드시 대통령을 끌어내자"고 소리쳤다.

서울 종로구청 및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설치됐던 범투본, 전교조 등의 시위 천막들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 개시 선언과 함께 천막 철거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청 및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설치됐던 범투본, 전교조 등의 시위 천막들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 개시 선언과 함께 천막 철거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연합뉴스
집회 참가자들도 강행 의지를 보였다. 대전 유성구에서 온 이모(83)씨는 "우한폐렴보다 독재 정권으로 나라가 망가지는 것을 막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집회에 나왔다"며 "매주 집회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에서 온 이모(74)씨도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매주 집회에 나오기가 쉽지 않지만 현 정부의 폭정을 막고 싶다"고 말했다.

◇ 서울맹학교 등 청와대 인근 주민 "코로나 확산 위험"
하지만 서울맹학교 학부모회 등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우한폐렴 감염 확산 우려가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집회 참가자들이 동네로 들어와 행진하는 것은 주민들의 편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맹학교 학부모회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가능성이 잔존하는 상황에서 여러 지역에서 온 참가자들이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는 건 상당히 위협적이다"며 "아이들의 개학 날짜(3월 2일)가 당장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언제까지 이런 집회를 계속하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또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은 없지만, 학부모들과 주민들이 함께 광화문광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집회와 시위 등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과 관련해 건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일 이들은 보수단체의 청와대 주변 행진 자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국립서울맹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청와대로 향하는 보수단체의 행진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국립서울맹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청와대로 향하는 보수단체의 행진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우한폐렴 확산 우려 관련 집회·시위를 금지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집회, 시위를 금지해 달라"는 글이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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