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들이받은 美법무 "당신 트윗때문에 일 못하겠다"

조선일보
입력 2020.02.15 03:37

트럼프의 비선 측근 구형량 낮추기, 법무부 개입 논란 일자 공개 비판
"법무부 형사사건에 트윗 멈추라" 그간 방패 역할하다 돌변 이례적
일부선 "책임 회피 위한 정치극"

친(親)트럼프 행보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이 13일 저녁(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탓에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은 법무부의 형사(刑事) 사건에 대한 트윗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바 장관은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법무부의 형사사건과 남녀 직원들, 진행 중인 사건, 우리와 일하는 판사들에 대해 계속 트윗하는 바람에 내가 업무를 수행하기가 불가능하고, 법원이나 검사들, 법무부도 성실히 일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직 비선(祕線) 참모였던 로저 스톤 재판에 법무부가 개입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나온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된 스톤에 대해 수사 검사들이 징역 7~9년을 구형(求刑)하자, 11일 새벽 트위터에 "터무니없다" "죄 없는 사람을 처벌한다"고 썼다.

그 직후 법무부가 스톤의 구형량을 낮춰달라는 서류를 판사에게 다시 보냈고, 이에 반발한 담당 검사 4명은 "사건에서 손 떼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후에도 트위터에서 사임한 수사 검사들을 "불한당 검사"라고 조롱했고, 바 장관에겐 "엉망인 사안을 잘 맡아줬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바 장관이 대통령에게 그런 트윗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 장관이나 참모들이 비공개적으로 '트윗 중단'을 조언한 적은 있어도, 현직 장관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트윗을 비판한 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더욱이 바 장관은 작년 2월 취임한 이래 '트럼프의 창과 방패'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익을 대변했기 때문에, 그의 트럼프 비판은 미 언론과 정가에서도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공모 가능성을 캐는 뮬러 특검에도 비협조적이었고, 대통령의 재임 중 면책특권을 확대 해석했다.

바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누구에게도 위협받거나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누구'는 "의회나 신문,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지금까지 형사사건에 대해 내게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대통령의 트윗 이후 법무부가 스톤에 대한 구형량을 낮추게 된 것에 대해서도 "이미 참모들에게 법무부 입장을 분명히 반영해 구형을 완화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대통령 트윗이 나왔다"고 했다. 구형 완화는 법무부 뜻이었고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검찰을 이용하려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만약 트럼프가 누구를 수사하라고 하는데, 그가 정적(政敵)이라면, 법무장관은 지시를 수행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미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을 겸한다. 그는 "대통령이 내 비판에 반응하고,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바가 이처럼 트럼프를 비판한 배경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바의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의 지속적인 법무부·검찰 비난에 침묵하면 법무부 소속 11만5000명이 들고일어날 판이어서, 바 장관도 효율적으로 계속 일하려면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법무부의 독립성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직원들 사기는 떨어져, 바 장관이 대통령의 공개 비난에 더는 침묵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계속 대통령의 정치적 뜻대로 일하고선, 자신에게 떨어질 책임을 피하려는 체면치레성 발언"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공개 항명'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친(親)트럼프 성향 폭스뉴스는 "바가 대통령을 거슬렀다(cross)"고 평했다. 그러나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조 록하트는 뉴욕타임스에 "자제력이라곤 전혀 없는 트럼프가 바의 인터뷰 내용에 전혀 흥분하지 않는다면, 이는 순전히 정치극(劇)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바의 인터뷰가 방송되고 이날 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바의) 발언에 개의치 않으며, 법을 옹호하는 바 장관을 완전히 신뢰한다"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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