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이산가족… 요양병원 면회 금지에 애타는 가족들

입력 2020.02.15 03:23

노인 많아 철저한 격리… 자녀들 "건강 괜찮은지 확인 못해 속 타
"일부 환자는 심한 우울감… '가족이 날 버린 것 같다' 오해하기도

자영업자 박모(47·대구)씨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하 '신종 코로나')이 확산하며 요양병원 측이 가족 면회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박씨 모친은 뇌출혈 후유증으로 말을 어눌하게 해, 대부분 중국 동포인 간병인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다. 그래서 박씨는 매일 직접 병원을 찾아 어머니가 원하는 바를 해결해줬다. 박씨는 "어머니 손발톱은 깎았는지, 기저귀는 갈았는지 물어봐도 병원은 '했다'고만 대답한다"며 "직접 확인을 못 하니 속이 탄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 월요일 답답한 마음에 병원을 직접 찾았지만 40분 승강이 끝에 쫓겨났다.

전국 각지 요양병원에서 박씨처럼 환자와 가족들이 '생이별'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요양병원은 만성 질환을 앓는 노인이 주로 입원하는 곳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지난달 31일 전국 요양병원 1480여곳에 "면회객 출입 전면 통제"를 긴급 요청했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 의료기관 안내사항' 중 방문객을 최소화하라는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강제성은 없지만, 대부분 요양병원이 실행에 옮겼다.

14일 오후 서울의 한 요양병원 출입문에 ‘면회를 전면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한 폐렴 확산을 막으려고 일부 요양 병원은 가족의 면회도 통제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14일 오후 서울의 한 요양병원 출입문에 ‘면회를 전면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한 폐렴 확산을 막으려고 일부 요양 병원은 가족의 면회도 통제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대전에 사는 직장인 주모(37)씨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할머니를 1개월째 못 보고 있다. 지난주 병원의 면회 통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10대 시절 할머니 손에서 자란 주씨에게 할머니는 친어머니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주씨는 "마지막 뵈었던 할머니는 오래된 항암 치료에 힘든 티가 역력했다"며 "귀가 잘 안 들리셔서 통화도 못 해 답답하다. 임종을 지키지 못하면 어떡하냐"며 울먹였다.

병원들은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 입소자가 300명인데, 환자 1명에 가족 1명만 허락해도 외부인 300명이 출입하는 것"이라며 "만약 그중 확진자가 있으면 병원은 폐쇄된다. 노인 300명이 당장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환자 가족이 '잘 있는지 잠깐만 보게 해달라'며 애원해도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충돌도 벌어진다. 이달 초 외부인 출입 제한 정책을 시행한 경기 김포의 한 요양병원은 14일부터 출입문에 나이트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출입 통제 요원'을 세워놨다. 한 환자 가족이 병원에 몰래 들어와 면회를 했고, 면회 제한을 안내하자 "내 가족을 내가 보러 왔는데 왜 나가야 하느냐"며 격하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원무과 직원 2명이 1층 출입구와 3층 병실 입구에서 각각 무단 출입자를 감시한다. 병원 원장은 "환자 가족의 마음은 백번이고 이해하지만, 병원장으로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노인 환자들은 가족을 보지 못해 심한 우울감을 겪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요양병원은 최근 하루 한 번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할 수 있게 해줬다. "가족들이 나를 버렸다"고 말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내린 선택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몸도 불편하시고 귀도 안 들려서 의사소통은 거의 안 되지만, 가족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례적 상황인 만큼 환자 가족과 병원 사이 적극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만큼은 강력히 통제하는 게 맞는다"며 "대신 병원 측에서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요청을 들어주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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