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드 3중압박… 대북사업 타이밍 보던 정부는 당혹

입력 2020.02.15 03:00

美, 성능개량·추가 발사대 이어 기지 공사비 한국 부담도 검토
국방부 "사드 업그레이드 설명 들었지만, 발사대는 금시초문"

미국이 한동안 동면(冬眠) 중이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이슈를 흔들고 있다. 우리 정부에 경북 성주 기지 사드의 성능 개량 사업을 통보하는가 하면, 미군 고위 당국자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추가 발사대' 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미 국방부는 성주 기지 공사비를 4900만달러(약 580억원)로 책정하고, 그 부담을 한국 정부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비핵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우리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북한 개별 관광 등 대북 사업을 발판으로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어보겠다는 구상에 악재(惡材)가 될뿐더러 사드에 경기(驚氣)를 일으키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난항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사드 이슈까지 겹쳐 한·미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늘 강경화 만나는 폼페이오, 사드 얘기 꺼낼까 - 마이크 폼페이오(가운데)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 시각) 뮌헨 안보 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폼페이오는 15일 뮌헨에서 열리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성능 개선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오늘 강경화 만나는 폼페이오, 사드 얘기 꺼낼까 - 마이크 폼페이오(가운데)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 시각) 뮌헨 안보 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폼페이오는 15일 뮌헨에서 열리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성능 개선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AP 연합뉴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의 사드 관련 움직임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사드를 업그레이드, 성능을 개량한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다만,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작년 11~12월 미국이 우리 정부 당국자와의 만남에서 사드 성능 개량 사업에 대한 개괄적 차원의 얘기를 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미측이 우리 군에 사드 성능 개량 사업을 설명하면서 추가 발사대 반입을 통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중국이 거칠게 반발할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말 중국에 약속해준 '3불 합의' 중 두 번째가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는다'이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3불 합의에 언급된 '추가 배치'는 레이더를 포함한 사드 시스템 전체에 관한 것이고, 미국이 구상 중인 것은 발사대만의 추가 배치라 3불 합의와 충돌하진 않는다"면서도 "중국이 꼬투리를 잡을 여지는 있다"고 했다.

정부는 미국의 '사드 추가 배치'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금시초문"이란 반응이다. 국방부는 이날 "미측으로부터 추가 배치를 통보받은 바 없으며, 미측도 추가 배치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주 사드 발사대의 수도권 전진 배치 등 이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치 부분에 대해 논의되거나, 사드 발사대가 성주를 벗어나 어디로 가게 된다는 것이 나온 것은 전혀 아니다"고 했다.

미국의 사드 파상공세

하지만 군 안팎에선 우리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미국의 '사드 공세'가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내년 국방 예산에 성주 사드 부대 관련 공사비 580억원을 배정하고, 이 돈을 우리 정부가 마련하는 방위비 분담금에서 가져다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군 관계자는 "3년 가까이 야전(임시) 배치 상태인 사드를 조속히 정식 배치하라고 압박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미국의 '사드 파상 공세'를 두고 외교가에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미국의 협상 전략"이란 말도 나온다.

문제는 미국의 사드 압박 의도가 무엇이든,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와는 어긋난다는 점이다. 북한은 사드 자체에도 반발해왔지만, 미국의 사드 압박으로 방위비 분담금이 크게 증액되는 상황도 전혀 반길 일이 아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사드 배치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 압박은 결국 남북 협력을 고대하는 정부 기조에 장애 요인"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3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남북 교류 협력 사업 등을 재개하기 위한 수순이란 관측이다. 사드와 방위비 분담금 이슈가 커지면 정부의 '대북 청사진'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미국의 사드·방위비 압박이 자칫 반미(反美)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야당 관계자는 "현 정부는 남북 협력이 지지부진하면 결국 '미국 탓'이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올 것"이라며 "오히려 사드·방위비 이슈를 역이용해 '우리민족끼리' 정서를 자극하면서 대북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