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 지식인들 "독재의 통치술"… 與내부도 "교만은 패망의 선봉"

조선일보
입력 2020.02.15 01:45 | 수정 2020.02.15 07:23

임미리 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페북 로고 따라달며 지지운동
참여연대 "집권당 비판하자 입막음" 경실련 "민주당 반성해야"

'민주당만 빼고'란 칼럼을 썼다가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페이스북 화면. 민주당은 이날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지만 온라인상에선 '나도 고발하라' '민주당만 빼고'란 해시태그를 단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민주당만 빼고'란 칼럼을 썼다가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페이스북 화면. 민주당은 이날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지만 온라인상에선 '나도 고발하라' '민주당만 빼고'란 해시태그를 단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교수님 늘 응원하겠습니다." "정의로운 소신 끝까지 지켜주세요."

여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고발당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14일 네티즌들의 응원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임 교수는 전날 민주당의 고발 소식이 알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칼럼 제목과 같은 '민주당만 빼고'란 흰색 글씨가 적혀 있는 파란색 바탕의 그림으로 바꿨다. 그러자 네티즌들도 프로필 사진을 바꾸며 임 교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와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도 여기 동참했다. 권 변호사는 "정치적 의사표현에 재갈을 물리려 한 데에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 없으므로 다음 주 금요일까지 (프로필 사진을) 이대로 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독재정권의 유산을 소환해 통치술로 쓰는 당신들은 더이상의 노무현의 후예가 아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임 교수의 칼럼 한 점 한 획에 모두 동의하는 바"라며 "한 줌 권력으로 나도 고발하라"고 했다. 두 사람의 계정에도 응원 댓글과 공감 표시가 수백 건 이어졌다. 이날 소셜미디어(SNS)엔 '민주당만 빼고'란 해시태그(검색하기 편하게 하는 '#' 기호)를 단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임미리 고려대 교수에 대한 고발 취하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임미리 고려대 교수에 대한 고발 취하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날 민주당이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지만, 당 안팎에서 비판은 계속됐다. 포문을 연 것은 친여(親與) 성향 지식인들이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로서 이 문제는 잘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으로 끌고 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교수 991명의 지지 선언을 주도했고, 2017년엔 문 대통령 선거 캠프 '더문캠'의 부위원장을 맡았다.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민주 투사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당, 민주당이 왜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언급하며 "공권력을 동원해 특정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들이 고작 학자의 언론 기고를 선거법 핑계로 검찰 고발을 했다. 용서가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에 쏟아지는 나도 고발하라 발언들

교수 단체도 나섰다. 전국 337개 대학 교수 6094명이 참여하고 있는 '사회 정의를 바라는 교수모임(정교모)'은 "민주당이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들이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자기 검열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이어 "입만 막으면 된다는 반민주적 선거전략이 아니라면 이번 사건에 대하여 당사자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해야 한다"고 했다.

친여 성향 시민단체도 비판에 가세했다. 경실련은 "비판과 쓴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선거법 조항을 걸어 고발한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단 측면에서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을 막으려는 전형적인 '입막음 소송'"이라며 "민주당은 정치적 사건을 고소·고발로 푸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가져온 폐해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는 "민주당은 민주라는 말을 능멸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임 교수 고발은 너무 과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은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고 했고, 정성호(경기 양주시) 의원도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하였다"고 했다. 한 당직 의원은 "우리 말고 다른 단체가 (고발을) 하거나, 논평 정도 냈었으면 될 사안"이라고 했다. 김부겸(대구 수성구갑) 의원은 "우리는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라고 믿는 정당"이라며 "권력이 겸허와 관용의 미덕을 잃는 순간 국민은 금세 알아채고 노여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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