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36] 일만 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
  •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20.02.15 03:13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내가 아는 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심히 일했던 지인 두 명의 퇴사 소식을 연달아 들었다. 내게 늘 깊은 영감과 동기를 부여하던 그들이었는데 나보다 먼저 힘이 빠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잘 못하는 것이 멈춤과 휴식이다.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 프로가 있을 정도니 말을 말자. 우리에게 오랫동안 휴식은 일의 반대 개념으로만 존재했다.

알렉스 수정 김 방의 책 '일만 하지 않습니다'는 '휴식=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견해와 달리, 휴식이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개념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책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오히려 잠을 자거나 휴식할 때, 더 활성화된다. 이전의 기억을 재구성하고, 과거와 현재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더 많이 일하는 것이다. 창작자들의 낮잠 습관이나, 실리콘 밸리에 '산책 회의'가 유행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저자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법칙'이 간과한 지점을 말한다. 실제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연습 시간이 평균보다 길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은 보통의 학생들보다 '의도적인 연습'을 했다. 특이한 점은 수면 시간이나 휴식 시간 역시 보통 학생들보다 더 많았다는 것이다. 즉 '의도적인 연습'이란 매일 정해진 시간 노력을 기울이는 행위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더 큰 휴식을 요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자동차 충돌 테스트 실험실의 벽을 찍은 작품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수없이 충돌하고 부딪힌 벽의 페인트 흔적이 기괴한 추상화 같았다. 많은 직장인이 자동차 충돌 실험하듯 일하고 사라졌다. 그렇게 삶과 경력의 무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뒤에는 감당하기 힘든 내상이 존재한다. 우리는 빠르게 변하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속도를 줄이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지만 경쟁에서는 밀린다. 결국은 적절한 가속과 감속으로 조절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최고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첫째 조건은 무엇일까. 언제든 멈출 수 있는 안전한 브레이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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