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성창호 판사의 혼밥

입력 2020.02.15 03:14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작년 초에 들었던 성창호 부장판사의 소식은 악취 같았다. 자주 생각이 나고 그때마다 불쾌했다. 그가 13일 무죄 선고를 받는 걸 보고 글을 쓰기로 했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5일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그가 2016년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로 있을 때 현직 판사가 연루된 '정운호 게이트' 관련 검찰 영장 내용 등을 당시 양승태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는 혐의였다. 그는 기소되기 직전인 작년 1월 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우호적인 인터넷 댓글들을 대규모로 달아 노출시키는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로 인한 '보복 기소'라는 논란이 거셌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기소 사흘 만에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부 재판장이던 그를 재판에서 배제했다.

판사는 외부인 접촉이 제한된다. 밥도 '밥조(組)'를 만들어 판사들끼리 자주 먹는다. 직무 배제로 혼자가 된 성 부장판사는 당시 한 판사의 '밥조'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같이 먹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검찰이 그를 '사법 적폐'로 기소하고, 김 대법원장이 이를 받아 그를 재판부에서 몰아낸 데 이어 동료 판사들도 그와의 겸상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성 부장판사는 친한 판사들에게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한 판사는 "화도 내지 않고 무덤덤해서 더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나의 관심은 성창호 개인이 아니라 당시 성창호의 처지다. 판사는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각종 법률적 특권도 누린다. '사법 적폐'로 찍혀 소외된 당시 성 부장판사는 그런 판사들 중에선 가장 '일반인'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돈도 배경도 없이 검찰이 공소장에 적은 죄명에 낙인찍혀 법정으로 넘겨지는 대개의 '일반 피고인'과 그나마 가장 비슷한 처지의 판사가 당시 성창호였다. 이 얘기가 불쾌했던 건 바로 이 지점 때문이었다.

판사는 재판이 끝날 때까진 법정에 선 피고인이 무죄라고 보고 재판해야 한다는 게 우리 헌법의 원칙이고 판사의 기본이라고들 한다. 성 부장판사가 검찰과 대법원장에 의해 '사법 적폐'로 찍혔다는 이유로 그가 곁에 오는 것도 거부한 그 판사들이 일반 피고인에겐 얼마나 가혹할까. 억울하다는 장삼이사(張三李四) 피고인을 '일단 무죄'로 보고 과연 그들의 말을 들어줄까. 성 부장판사의 이 얘기는 상당수 판사의 법복(法服) 속 편협과 비정함, 그 알몸을 비추는 거울같이 느껴진다.

판사들은 최근 너나없이 '법관 독립'이란 단어를 자주 입에 올린다.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최소한의 원칙, 인간적 동정도 없는 판사의 '법관 독립'은 간섭받지 않고 일반 피고인에게 평생의 상처를 주는 특권일 뿐이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태평로] 국민들은 다 계획이 있다 신동욱 TV조선 뉴스9 앵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