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국민들은 다 계획이 있다

조선일보
  • 신동욱 TV조선 뉴스9 앵커
입력 2020.02.15 03:16

총선 후 국회 야합 일상화되고 靑 선거개입 의혹으로 대립하고
정부는 포퓰리즘 확대 나설것… 유권자가 현명한 판단 내려야

신동욱 TV조선 뉴스9 앵커
신동욱 TV조선 뉴스9 앵커

선거법 논의가 한창이던 작년 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었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개정 선거법이 너무 복잡하지 않으냐는 질문이 나오자 "국민들이 일일이 계산법을 다 알 필요가 없다"고 해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복잡한 이름의 새로운 선거법이 탄생하자 협상에서 배제된 한국당은 "표 많이 얻는 정당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 잘 쓰는 정당이 승리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제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보수 정치권의 통합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각 당의 총선 전략도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 선거와 달리 아직도 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만난 한 선거 전문가는 "도무지 과거의 분석틀로는 이번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다"며 답답해했다. 정치를 극단적 이념 전쟁으로 몰아간 정부·여당 탓도 있고 무능한 야당 때문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지만 어쨌든 유권자들이 '깜깜이 투표'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 정의당, 우리공화당에 아직 모양을 다 갖추지 못한 안철수 신당, 호남 신당에 이르기까지 투표지의 길이가 얼마나 될지도 아직은 짐작하기 어렵다. 당 색깔을 두고 싸움이 났다는 웃지 못할 뉴스를 접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현실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심상정 의원의 오래전 예상대로 선거전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더 두려운 일은 총선 이후에 벌어질 상황들이다. 이대로라면 어느 정치 진영도 압승이라고 주장할 만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렇다면 적어도 올 한 해 동안은 생산적인 국회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군소 정당들이 나름의 성과를 거둔다면 정치적 혼란은 더 가중될 것이다. 이른바 '4+1 협의체'가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것 이상의 야합과 정치적 거래가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태로 정치권이 대선 국면을 만나게 되면 21대 국회 자체가 조기에 작동 불능 상태로 빠져들 수도 있다.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다.

총선 이후 정치권을 덮칠 또 하나의 태풍은 '공수처' 출범과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둘러싼 극단적 대립이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청와대 비서관이 이미 검찰총장을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총선이 지나면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은 청와대 가장 깊숙한 곳을 겨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기를 쓰고 공소장을 숨기려 한 데는 총선 이후의 방어선을 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고 국민이 아닌 검찰이나 법원에 길을 묻는 정치인이 많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경제와 민생이다. 한국 경제는 상반기에 이미 '코로나 19' 사태로 큰 충격을 입었다. 중국 경제가 얼마나 더 나빠질지에 따라 추가 타격도 불가피하다. 다급한 대통령이 시장을 찾고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경제를 챙기는 모습을 연출하지만 이건 그저 보여주기 쇼일 뿐이다. 상황이 조금만 호전되면 국민을 다시 둘로 나누고 포퓰리즘 정책을 확대하는 방향성을 더 분명히 할 것이다. 안정적 의석이 확보되면 개혁 입법으로 포장한 사회주의 정책의 대공세도 본격화할 것이다. 선거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선택하는 행동이다. 다른 길이 없다. 어렵더라도 이번에도 유권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기자의 시각] 성창호 판사의 혼밥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