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인들 입장 생각하면 "손님 적어 편하겠다" 말 나왔겠나

조선일보
입력 2020.02.15 03:24

정세균 국무총리가 우한 코로나 사태 관련 민생 행보 일환으로 서울 신촌의 식당을 방문해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네?" "그동안 돈 많이 벌어 놓은 것 갖고 버티셔야지"라고 말했다. 주인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며 굳은 표정을 짓는 장면이 동영상에 찍혔다. 파문이 커지자 정 총리 측은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그 말이 사실일 것이다. 세상에 악의를 갖고 이런 말을 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다 우한 폐렴 사태까지 겹쳐 빈사 상태에 놓인 상인들의 심정을 자기 일처럼 절실하게 느끼는 정책 당국자라면 농담이라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남대문 시장을 찾아가자 상인들은 "살려주세요"라는 아우성을 쏟아냈다. "매출이 70% 이상 떨어졌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영남의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골목에서 만난 시민들이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선거가 무슨 소용이냐'고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이것이 경제 현장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경제가 좋아지고 있었는데 1월 24일 이후로 뚝 떨어졌다"고 우한 폐렴 핑계만 대고 있다. 경제가 어느 날 뚝 떨어지는 것이 어디 있는가. 민생고를 가중시키는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이렇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억지를 부리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과 멀어지게 된다. 인지상정이다. 정 총리의 어이없는 실언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 아닌가.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