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보다 아카데미 각본상 먼저

입력 2020.02.15 03:00

[아무튼, 주말- 魚友야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오스카 4관왕. 초현실적이라는 관형사까지 활용된 경사니만큼, 다양한 분석과 해석이 나왔습니다. 여진이 조금은 가라앉은 주말, 조금 다른 시선으로 이 쾌거를 한번 바라봅니다.

작품상과 감독상에 가렸지만, 각본상은 이야기 창작자에게 최고의 상입니다. 소설 연극 등 원작이 있는 작품에 주는 각색상과 달리, 각본상은 순수 창작이어야 하죠. 문학과 영화 담당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둘 다 어려운 일이지만, 받는다면 그래도 노벨상이 조금 더 높은 확률 아닐까. 하지만 이제 한국은 노벨 문학상보다 오스카 각본상을 먼저 받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가능하겠죠. 왜 한국 문학은 노벨상 수상에 (지금까지) 실패하고, 한국 영화는 가능했을까.

봉준호 감독의 재능이나 오스카의 정치성과는 별도로, 8년 전 에피소드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2012년 경주 국제 펜(PEN) 대회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 두 명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한 명은 1986년 수상자인 나이지리아 시인 월레 소잉카, 또 한 명은 2008년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 나이 차이는 5년 안팎에 불과하지만, 두 사람의 문학관은 현격히 다릅니다. 소잉카는 독재 권력에 대한 투쟁이 자기 문학의 엔진이라고 했고, 르 클레지오는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소설을 쓴다고 했죠.

예술에서 '기능'이란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특정 시점과 국가에 더 중요하거나 요구되는 역할은 있겠죠. '민주화'가 시대정신인 나라와 때가 있고, 개인의 자유와 취향에 더 목마른 국가와 시대가 있는 법이죠. 오랫동안 노벨상 후보로 꼽힌 시인의 시적 성취는 무엇이었을까요. 1970년대와 80년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세계가 바라본 대한민국은 어떻게 달랐을까요.

봉 감독은 감독상을 받으면서 마틴 스코세이지를 인용했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순간 함께 떠오른 인물이 있습니다. 200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던 영국 작가 V S 나이폴. 수상을 통보받고 그는 이렇게 말했죠. "매우 놀랐다. 나는 나 자신 이외에 어느 것도 대변하지 않기 때문에."

봉 감독의 수상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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