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유승민 만남 없이 종착역 도착 앞둔 보수통합… 공천 지분 싸움 피한 덕분?

입력 2020.02.14 16:29 | 수정 2020.02.14 16:43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등이 14일 미래통합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윈회 구성 문제에 잠정 합의를 이루면서 사실상 중도·보수 통합의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통합신당준비위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지도부·공천관리위 구성에 이견을 보여 사퇴하긴 했지만 통합 양대 세력인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통합 수임기구에서 큰 이견 없이 미래통합당으로의 신설 합당을 추인할 분위기다. 여기에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과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 옛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합류하고, 이찬열·김중로 등 바른미래당 의원도 합류하기로 하면서 통합 중도 야당의 면모도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 공동위원장,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연합뉴스 등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 공동위원장,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연합뉴스 등
중도·보수 통합 논의가 큰 굴곡 없이 합의점에 이른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지지층 압박 속에서 판을 깨지 않고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설 연휴 직전부터 당대당 통합을 위한 비공개 협상을 벌여왔지만 3주가 다된 지금까지 직접 회동을 하지 않았다. 통합 대주주간 만남 한번 없이 통합에 합의하는 정당판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은 거꾸로 황·유 두 사람의 통합을 둘러싼 기싸움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그러나 양측 관계자는 "그럼에도 통합 논의의 판을 어느 한쪽에서 깨지 않은 건 양측 모두 지분 싸움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한국당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당내의 상당한 압박 속에서 새보수당과 전진당, 옛 국민의당 출신 일부 세력을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한 중도·보수통합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인내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 일부에서는 새보수당과 통합 논의가 막판까지 난항을 겪자, 새보수당 의원들을 개별 입당시키는 방식의 소(小)통합을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반(反)유승민 기류를 설득하고 독자적 공천 권한을 요구한 김형오 공천관리위를 인정하는 등 공천 전권 행사를 고집하지 않은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 위원장이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포함해 일체의 공천 지분 등 기득권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통합의 마지막 물꼬를 텄다고 평가한다. 유 위원장은 지난 2016년 보수 개혁을 내걸고 옛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후 독자 정당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그가 이번 통합에 결국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유 위원장의 한 측근은 "유 위원장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기로 한 것은 혁신 통합이 돼야 한다는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현재의 한국당 지도부가 중심이 된 통합신당 지도부와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를 수용한 것도 다른 통합 참여 세력이 지분 논란으로 통합 대의를 흐리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이었다고 이 측근은 전했다.

이번 중도·보수 통합 과정에서 조율사 역할은 박형준 통합준비위원장이 맡았다. 그는 작년 여름부터 황 대표와 유 위원장 측 사이를 오가며 통합 논의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박 위원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조율사 역할을 맡은 사람은 항상 양측으로부터 의심과 불신이란 장애물에 부딪히기 마련인데 박 위원장이 결과적으로 이 파고를 잘 넘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한국당 내 강성 친박계 인사들로부터는 "중도 지향이 너무 강하다"는 거부감을, 새보수당 일부 인사들로부터는 "황 대표 친화적"이란 의심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대과 없이 통합 열차를 종착지 근처까지 운전해온 셈이 됐다. 박 위원장이 한국당·새보수당 외에 옛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의 통합추진위 합류를 이끌어낸 것도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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